이성윤, '이진석 선거개입' 기소 가닥… '한동훈 무혐의'는 차일피일

입력
2021.01.2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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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사건 윤석열 지휘권 배제
한동훈 기소 여부 이성윤이 책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진석(50)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반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된 한동훈(48)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처분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 대해 일찌감치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상부에 보고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권상대)는 최근 이진석 실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했다. 대검의 최종 승인을 받으면, 수사팀은 이 실장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이 실장이 기소될 경우, 지난해 1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황운하 의원 등 13명이 재판에 넘겨진 지 1년 만에 이 사건 관련 추가 사법처리가 이뤄지는 셈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2일 울산지검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을 소환, 이 실장이 연루된 산재모병원 관련 의혹을 보강 조사했다.

이 실장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이었던 2017년 10월, 송 시장의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선거 공약인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의 결과 발표를 울산시장 선거 직전인 2018년 5월로 늦추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검찰은 해당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 인사 가운데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만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은 앞서 기소된 13명의 공소장에 이 실장의 혐의를 뚜렷하게 적시해 그동안 기소 가능성이 점쳐져 왔다. 공소장에는 "송철호 시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보건복지 분야를 총괄하는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만나 산재모병원 예타 결과 발표를 미뤄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적혀 있다. 이에 따라 김기현 전 시장의 핵심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설립 방안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선거 직전 발표돼,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수사팀은 지난해 8월 검찰 인사 직전에도 이 전 비서관을 기소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이성윤 지검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윤 지검장이 현 정권에서 민감해하는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의 추가 기소는 승인했지만, 채널A 사건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한동훈 검사장의 처분은 아직도 결정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은 대검 지휘를 받아야 하는 반면, 채널A 사건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7월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한 사건이다. 대검 승인을 거칠 필요 없이 이 지검장이 '최종 결재권'을 쥐고 있는 셈이라, 사건 처분 결과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수사팀은 지난주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분하겠다는 전자결재를 올렸으나, 이 지검장은 이날도 결재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했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구속기한(다음달 4일)이 만료되기 전에,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이 지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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