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숨진 이주노동자 속헹씨의 사인이 간경화에 따른 합병증으로 확인되면서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건강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2019년 7월 정부가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은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하면서 속헹씨도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속헹씨는 이후 매달 11만원 이상 건보료로 지출했지만 제대로 된 병원치료도 받지 못하고 이국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제도의 사각지대는 메워지고 있지만 농어촌 이주노동자의 경우 구조적으로 의료 취약 상태에 놓인다. 제조업과 달리 농축산업은 대부분 지역가입자가 된다. 건강검진 미이행시 과태료 규정(사업자)이 있는 직장가입자들과 달리 지역가입자들은 처벌규정이 없다. 의료기관과의 접근성도 떨어지는데다 건강검진을 못받을 경우 속헹씨와 같이 만성질환이 있을 경우 중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농어촌 이주노동자의 경우 장시간 근로로 병원에 갈 시간이 없는 점도 문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휴게ㆍ휴일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데 이는 만성적 장시간근로, 상시적 휴일근로로 이어진다. 지난해 민주노총이 공개한 ‘이주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축산업의 주평균 휴일은 0.8일로 제조업(1.5일)의 절반 수준이었다. 농축산어업의 1주당 노동시간은 61.1시간으로 제조업 (54.0시간), 건설법(56.0시간) 등에 비해 훨씬 길었다(2018 이주와 인권연구소).
농장주들에게 강하게 구속돼있는 상황에서 상당수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대증요법으로 치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김사강 이주와 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은 하루만 결근해서 농장주들이 몇만원씩 공제해도 항의하지 못한다"며 "쓰러지지 않는 이상 병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 센터 ‘친구’센터장)는 “외국인을 위한 의료 콜센터 확충, 농어촌 이주노동자 방문 진료를 위한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