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대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급여만큼은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못 지키게 돼 무척 죄송하다"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는 25일 사내 공지에 '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1~2월 급여를 절반 밖에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사과했다.
예 대표는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1월 개별소비세 유예 신청에 이어 1월과 2월 급여를 부분적으로 지급할 수밖에 없다"며 "근로의 대가인 급여가 늦춰진다는 사실은 그 어떤 해명과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도래하게 된 데 대해 마음이 무겁고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예 대표는 이번 임금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판매 부족을 꼽았다. "1월 판매는 전통적인 비수기를 감안하더라도 당초 계획보다 약 2,000대 가량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율구조조정지원인 ARS를 감안해 구매 수요가 떨어질지 왜 예측하지 못했냐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모든 업체가 겪고 있는 부진"이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달 기업 회생(법정관리) 신청 이후 일부 부품업체가 납품을 거부하면서 납품 재개 조건으로 어음 대신 현금 지급을 요구해 유동성 자금이 고갈된 상태다. 실제 이달 29일엔 약 2,000억원 규모의 어음 만기가 도래한다. 쌍용차의 350여개 중소부품 협력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받지 못한 납품 대금이 5,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 대표는 "지난달 21일 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회사는 영세 협력업체의 경우 현금으로 자재대금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고, 대금 미지급으로 이들이 부도나면 우리도 생산 자체가 파행을 겪게 될 것"이라며 "지난달 만기도래의 어음 중 미결재분과 1월과 2월 어음만기 일부 결제 등으로 자재대금이 반드시 지급돼야 하는 점도 자금수지가 급격히 악화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달 법정관리와 ARS 신청 이후 새로운 투자자 유치를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산업은행,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 유력 투자자로 알려진 HAAH오토모티브와 협의체를 구성해 지분 매각을 논의해왔지만, 마힌드라의 지분 매도 시점 등을 놓고 이견이 있어 잠정 협상 시한까지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다. 쌍용차가 새주인 찾기에 실패할 경우 협력사들의 연쇄 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프리패키지드 플랜)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P플랜은 채무자 부채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진 채권자 또는 채권자의 동의를 얻은 채무자가 회생 절차 개시 전까지 사전계획안을 제출하고 그에 따라 법원의 심리·결의를 통해 인가를 받는 방식이다. 통상의 회생 절차보다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