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의 표심이 뒤집어졌다'는 조사는 사실일까.
최근 여론조사마다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정당 지지율이 널뛰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8~2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유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PK 지역 지지율은 민주당 31.3%, 국민의힘 28.7%로 나타났다. 지난주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40.1%)이 민주당(26.1%)을 14%포인트나 앞섰는데 1주일 만에 뒤집어진 것이다. 케이스탯·한국리서치 등 4개 리서치회사가 공동 전화면접 방식으로 지난 18~20일 전국 18세 이상 1,006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PK 지역은 민주당 33%, 국민의힘 27%였다. 반면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민주당 22%, 국민의힘 36%으로 나타났다.
보궐선거를 앞둔 부산 민심은 그동안 여당보다 야당에 훨씬 우호적인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런 가운데 이처럼 여야가 뒤집힌 여론조사 결과가 일부 나오자, 정치권에서는 "부산이 '디비진다(뒤집힌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이 상대 후보의 사생활을 들춰내고 흠집내기식 의혹제기 등 구태를 보인 것이 지지율을 끌어내렸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표본이 부족하니 과도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정 지역 여론을 알기 위해선 해당 지역에서 충분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조사는 모두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특정 권역만 분리해 본 것이어서, 표본 크기는 작고 오차범위는 넓다. 유의미한 숫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리얼미터는 전국 2,510명을 조사했는데 그 중 PK지역 응답자는 319명이다. NBS도 전국 1,006명 중 PK지역은 150명에 불과했다. PK지역 중 울산 경남을 제외한 부산 지역 응답자 수는 더 적기 때문에, 이를 부산 전체 민심으로 읽는 건 무리라는 얘기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부산 지역 응답자가 150명이라면 오차범위는 ±30%에 달한다"며 "광역 단위 여론 조사 표본은 최소 800명은 돼야 유의미한 숫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PK지역 국민의힘 3선 의원도 "부산이 뒤집어졌다는 건 여론조사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부산 지역 민심에 초점을 맞춘 광역 단위 여론 조사에선 여전히 국민의힘이 우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5, 16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827명을 대상으로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34.6%, 민주당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7%로 나타났다.
다만 여론조사는 수치보다 추세가 중요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부산시민이 350만명에 달하는데 몇백명을 조사해 전주 대비 상승·하락을 단정지을 순 없고 추세를 봐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예고한 가덕신공항 특별법 등의 새로운 이슈가 부산 민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