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대책 부실’ 등 제10회 변호사시험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일부 수험생들이 피해구제방안 마련과 대책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변시를 주관하는 법무부를 상대로 헌법소원과 국가배상 청구소송 등 소송전도 예고했다. 암 투병 중 시험을 준비해 온 수험생은 “확진자 대책은 없었다”며 자신의 마지막 변시 기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법실련)와 제10회 변호사시험 진상규명을 위한 응시자모임(응시자모임)은 25일 “법무부는 10회 변시 사태 해결을 위해 수험생을 포함하는 대책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어떤 조치로도 변시 하자를 온전히 치유할 수 없다"며 "응시생 전원의 응시횟수를 차감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올해 변시는 ‘코로나19 확진자 응시 금지’ 방침을 둘러싸고 시행 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앞서 치러진 공무원 시험 등과 같은 조치였지만, 변시는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응시기회에 제한이 있어 부당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험생들은 헌법재판소에 ‘확진자 응시 금지’ 방침에 대한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헌재는 시험 전날인 4일 확진자에게도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무부는 이에 같은 날 오후 11시쯤 “현재까지 응시자 중 확진자와 자가 격리자는 없다”며 시험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법실련 등은 “(헌재 결정 이후) 법무부는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할 만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시험을 강행했다”며 “혹시 모를 감염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아 본인 또는 가족이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수험생들은 시험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법무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 나선다고 밝힌 수험생 A씨는 “시험이 일정대로 강행되는 게 확정된 그 순간까지 고위험자나 숨겨졌을 수도 있는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며 자신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인 10회 변시 응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수년간 암 투병을 하면서 시험을 준비해 온 A씨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기저 질환자를 위해 별도 시험장을 운영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기침과 발열이 시작됐지만,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법무부의 별도 수험·방역 대책이 없어 마지막 응시 기회를 잃을까봐 쉽사리 검사를 받을 수도 없었다고 했다.
법실련·응시자모임 측(법실련 소속 박은선·장세진 변호사 대리)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를 비롯해 이번 시험에서 논란이 된 ‘법전 밑줄 허용’ 지침, ‘사전유출 의혹 행정법 기록형 문제의 전원만점 처리’ 방침을 이유로 10회 변시의 무효확인 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법실련 등은 또 법무부·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의 ‘유출 문제 전원만점 처리’ 방침과 ‘밑줄 논란’에 대한 미조치를 이유로 수험생들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며, A씨와 비슷한 사정으로 올해 변시에 응시하지 못한 수험생들은 법무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도 나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올해 변시 첫날인 지난 5일 출제된 행정법 기록형 문제 중 하나가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모의시험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사전 유출 논란이 일었다. 법무부는 과거 변시 문제은행 출제에 참여한 교수가 이 자료를 변형해 강의에 활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히고, 해당 문제에 대해 전원 만점 처리하기로 했다. 또 시험 셋째 날인 7일에는 한양대 등 일부 고사장에서만 법전에 밑줄긋기가 허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