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은 다양한 사업에 적용해 돈을 벌수도 있지만, 장애인·노약자·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의 이동을 도와주는 서비스로서의 역할도 크게 부각되게 될 것입니다.”
특정 계층에 국한된 기술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사회적인 소외 계층에게도 충분히 유용하게 적용될 것이란 게 그의 진단이다. 선우명호(68) 한양대 미래자동차학과 명예교수가 25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라본 자율주행의 사회적 의미다. 선우 교수는 “자율주행이라고 하면 복잡한 도심이나 장거리 주행을 주로 떠올리지만, 특정 장소나 근거리 이동에서 더욱 유용한 기술”이라며 “자율주행차는 몸이 불편해 대중교통을 타기 힘든 사람이나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전했다.
선우 교수는 우리나라 미래자동차공학의 1세대 대표주자다. ‘기계’ 전공 출신들이 대부분인 자동차 학계에서 드물게 ‘전기’를 전공한 덕분에 전장,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접근 방식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텍사스대, 오클랜드대에서 각각 전기공학 석사, 시스템공학 박사를 이수했다. 1985년부터 1993년까지는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자동차공학회장, 정부 스마트자동차 추진단장, 세계자동차공학회(SAE) 석자회원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선우 교수가 실장을 맡고 있는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에이스랩)은 지난해 12월 LG유플러스, 자율주행 솔루션기업 ‘컨트롤웍스’와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자율주행차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 시연했다. 당시 에이스랩의 자율주행 실험차 ‘A1’은 운전자가 차량에서 하차한 뒤, 800m 가량 떨어진 주차장을 찾아가 빈자리에 주차하는 ‘자율 발렛파킹(대리주차)’ 기술을 선보였다.
선우 교수는 “자율 발렛파킹은 5G 클라우드 관제 서비스, 자동차 제어, 실시간 주차공간 인식 등 첨단 기술의 총 집합체로, 모든 사람이 운전기사가 있는 VIP처럼 목적지에서 주차 걱정 없이 하차하고, 다음 업무를 볼 수 있게 도울 것”이라며 “이와 같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위치정보, 환경인식, 경로생성, 차량제어 등의 기술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선우 교수는 사람이 손 하나 대지 않는 ‘무인차’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차의 등장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운전자를 돕는 수준인 ‘레벨2’는 이미 상용화가 많이 진행됐지만, 사람들이 상상하는 완전한 자율주행차는 수십년이 지나도 도로에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또 “자율주행차는 레벨3, 레벨4, 레벨5 등 순차적으로 상용화 될 것이고, 많이 보급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자율주행 시대가 온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