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이겼다...10년 만에 열린 연봉조정위 승자는 선수

입력
2021.01.25 18:17
22면
류지현에 이어 두번째 선수 승리

KT 투수 주권이 10년 만에 열린 프로야구 연봉조정위원회에서 승자가 됐다. 2002년 류지현에 이어 두 번째로 구단을 이긴 선수가 된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회관에서 열린 연봉조정위원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권 요구대로 올 시즌 그의 연봉을 지난해보다 1억원 인상된 2억5,000만원으로 결정한 것이다. 연봉조정위가 열린 것은 2011년 이대호(롯데) 사례 이후 10년 만이다.

주권은 “팬들의 응원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동료들도 한마음으로 응원해줬다”며 “구단에서 선수의 권리를 많이 생각해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8일 연봉 조정 신청을 낸 주권은 지난해 77경기에 나와 홀드 전체 1위(31개)에, 6승 2패, 평균자책점 2.70 등으로 팀이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공헌한 만큼, 지난 시즌보다 1억원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구단은 주권의 기여도를 인정했지만, 자체 연봉 평가 시스템에 의거해 책정한 연봉이어서 다른 선수들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2억2,000만원을 제시하며 맞섰다.

이날 조정위원장을 맡은 주정대 변호사(법무법인 인의)는 “양측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거해 최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날 조정위원으로는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은현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김유겸 서울대 사범대 부학장 겸 체육교육과 교수가 참여했다.

이날 주권 승리는 ‘연봉조정 시 구단 승리’라는 등식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 프로야구에서는 연봉 조정 신청 제도가 도입된 1984년 이후로 총 20차례 열렸는데, 19번을 구단이 이겼다. 선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2002년 류지현(LG)이 유일했다. 당시 류지현은 2억2,000만원을 요구하며 1억9,000만원을 제시한 구단과 맞섰는데, 연봉 조정위를 대비해 치밀한 자료를 준비한 결과 조정위가 선수 측 입장을 처음으로 수용했다. 그 이후 선수가 구단을 넘어선 적은 없다. 2011년 조정위에서도 이대호가 타격 7관왕에 오르며 3억1,000만원이 인상된 7억원을 주장했지만, 6억3,000만원을 제시한 구단이 승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간 조정위 판단 기준이 구단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KBO가 받아들여 선수의 승리가 조심스레 예상됐다. KBO는 조정위에 참석할 조정위원 5명을 확정한 후, 조정의 판단기준을 △직전 시즌 선수의 공헌도와 이에 대한 기간 및 지속성 △선수의 성적에 따른 공식 수상 경력 △최근 소속 구단의 성적 △선수의 과거 연봉 및 동급 연차 선수들의 연봉 수준 등으로 마련했고, 조정에 구단, 선수의 재정 상황, 타종목 선수의 연봉 등은 근거가 될 수 없도록 했다.

주권의 대리인을 맡은 강우준 변호사는 “예리한 질문을 많이 받았고, 주권 선수와 유사한 활약을 펼친 선수들과의 비교자료를 토대로 설명했다”며 “KBO가 공정하게 이번 조정위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