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 방송의 전설적인 토크쇼 진행자인 래리 킹이 23일(현지 시간)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큰 안경과 멜빵 차림, 반쯤 걷어 올린 셔츠 소매 등이 트레이드마크인 그는 1985년부터 2010년까지 CNN의 ‘래리 킹 라이브’를 진행하며 수 많은 명사들과의 인터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CNN을 포함해 50년 넘게 라디오와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면서 그가 인터뷰한 인사는 무려 5만여명에 달한다. 리처드 닉슨, 버락 오바마, 미하일 고르바초프, 블라디미르 푸틴, 야세르 아라파트, 넬슨 만델라, 달라이 라마, 빌 게이츠, 모니카 르윈스키, OJ 심슨 등 각국 지도자는 물론 분야를 가리지 않는 당대 논란의 주인공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1980년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로 탄생한 CNN을 글로벌 매체로 성장시킨 주역이었던 그의 토크쇼는 한국민들에게도 세계를 보는 창구 역할을 했다.
□그의 시사 토크쇼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이의 진솔한 답변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사전에 인터뷰 의제를 준비하지 않았고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졸 학력이 전부였던 그는 듣는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궁금증을 잃지 않았다. 특유의 질문은 단순한 “왜(Why)”였다. 선입견 없는 질문은 때로는 근원적이었고 때로는 웃음을 낳았다. 그는 달라이 라마에게 “기도를 하나? 한다면 누구에게 하나?”라고 묻기도 했다. 그의 토크쇼는 정보와 오락이 교차하는 ‘인포테인먼트’로도 불렸다.
□하지만 정치적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TV 시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그도 빛을 잃었다. 보수진영의 폭스뉴스, 진보진영의 MSNBC의 토크쇼에 밀려 시청률이 떨어지자 25년을 이어온 CNN 간판 프로그램도 결국 문을 닫았다. 시청자들은 진행자가 보다 분명한 정치적 의견을 갖고 인터뷰이를 추궁하는 것을 더 원한 셈이다. 그의 영락은 미국 내 정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TV 프로그램의 당파적 성향이 강해진 흐름과 무관치 않아 씁쓸한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