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로 번진 주식 열풍... 2주 66만원에도 수강생 몰렸다

입력
2021.01.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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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생 '소수정예 주식 교실' 흥행


주식 투자 열풍이 10대 청소년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성년 주식 계좌가 폭증한 데 이어, 겨울방학을 맞아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주식 투자 교육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학생들이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이 수업은 ‘2주 66만원(비대면 기준)’이란 다소 부담스러운 비용에도 수강생이 몰렸다. 노동교육, 금융교육 등 실무 지식을 전달하는 최근 교육 흐름의 일환으로 봐야할지, 물신주의를 조장하는 우려스러운 현상인지 교육계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논란이 된 수업은 ‘파인스타트 아카데미’의 2021년 겨울방학 강의다. 500만원으로 수백억원 자산을 만든 ‘슈퍼개미’ 배진한씨가 자녀에게 주식 실전투자를 가르쳐 15세에 ‘6억원대 자산가’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 학부모들의 요청으로 지난해 11월 초‧중‧고생 대상의 특강반을 개설했다. 특강에 대한 반응이 좋자 배씨는 이달 초 아예 12강짜리 강의를 개설해 공개모집에 나섰다.

배씨의 형이자 해당 강의 운영업체 '데카몬'의 공동대표인 배주한 대표는 2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저축만으로는 자산 유지조차 어려운 시대에, 어릴 때부터 경험을 통해 자산 관리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조력자가 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2주 12시간 강의에 고액을 받는 만큼, 각종 금융사들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 수준’의 금융 교육과는 차원이 다르다. 금융관련 기초 지식부터 △경제‧산업 기사 읽는 법 △투자기업 선택하는 법 △자신의 투자 성향을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까지 가르친다. 기본 과정 후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관련 질문을 받고, 과제를 내며 컨설팅하는 ‘구독 모델’도 구상 중이다. 각 기수 당 15명을 모집하는 강의는 해외에서도 신청하는 등 성황리에 마감됐다. 가장 어린 신청자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다.

이는 지난해 이른바 ‘동학개미’ 운동에서 시작된 주식투자 열풍이 청소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19세 미만 미성년 주식계좌 수는 2019년 6,838계좌에서 지난해 11만5,623계좌로 1년만에 약 17배가 늘었다. 전체 개인 증권계좌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에서 5%로 확대됐다. 자녀에게 경제 교육을 시키면서 재테크도 하려는 의도인데, 정작 학부모 본인들도 투자 종목이나 포트폴리오 구성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전문가’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세태를 바라보는 교육계는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 강남 지역 고교에서 일하는 한 교사는 “12시간 강의로 ‘가치 투자’를 가르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융투자가 아닌 투기를 배울 우려가 크고, 소수정예를 대상으로 고액을 받는 강의란 점에서 교육보다 시장성으로 접근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바뀐 시대에 맞는 교육 흐름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청소년 경제교육 유튜브 채널 ‘세금 내는 아이들’을 운영하는 옥효진 부산 송수초 교사는 “아이들에게 돈 관리가 필요하고, 관련 지식과 감각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금융교육은 책보다 체험이 효과적이란 점에서 주식 계좌를 개설해 실전을 경험해보는 건 좋은 교육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 투자도 다양한 경험 중 하나이고, 돈도 중요하지만 돈보다 중요한 다양한 가치를 감안해 장래희망을 정해야 한다는 걸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데카몬 측은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법부터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불필요한 소비 습관부터 줄이고, 용돈처럼 감당할 수 있는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게 강의의 시작”이라며 “중고교 교사 출신의 교육 전문가가 전체 프로그램 기획에 함께 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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