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2200조 쏟아붓는다… '트럼프 지우기' 상징될 바이든표 기후 정책

입력
2021.01.2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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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과제- 기후위기 대응
기후변화 인정 않던 트럼프와 반대 행보
'클린에너지'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다자체제 리더십 회복 핵심 수단 활용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두드러진 대척점 중 하나가 ‘기후 변화’를 보는 관점이다. 기후 변화를 ‘사기’로 규정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연합(EU)처럼 2050년까지 미국을 ‘탄소 중립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대선 후보와 국무장관을 지낸 정계 거물 존 케리를 기후변화 특사로 임명하고, 취임식(20일)을 마치자마자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하겠다며 행정명령에 도장을 찍었다. 송유관 건설과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석유ㆍ가스 개발도 바로 중단시켰다.

기후위기를 기회로 여기는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철학은 4년간 투입될 막대한 예산(2조달러ㆍ2,205조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쓰이는데, 이렇게 계속 투자해 2035년까지 전력 부문의 탄소 중립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심에는 산업 전력 구조를 석유ㆍ가스에서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청정 전력 계획’이 있다. 자동차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방안도 보조적으로 추진된다. 이 과정에서 1,0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면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는 복안이다.

바이든 행정부에 기후는 핵심 외교 수단이기도 하다. 그는 다자주의 복원을 통해 미국이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기후 의제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파리협약 재가입 외에 미국 주도의 기후 정상회담 개최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27일 지구의 날(4월 22일)에 열리는 기후 정상회담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돌아온 미국’에 세계가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 크리스토프 베르트람 연구원은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미국은 높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기후 보호에서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게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의 굴레를 벗어나는 여정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뉴멕시코, 텍사스 등 석유ㆍ가스산업으로 먹고 살던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재원 확보도 문제다. 각종 경기부양안 집행으로 이미 재정이 빠듯해 기후 정책 관련 예산 배정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신속한 정책 집행을 위해 의회를 거치지 않는 행정명령을 동원한다 해도 법원이 제동을 걸 여지도 많다. 실제 발전소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명령은 대법원의 개입 탓에 실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아예 이 계획을 철회해 버렸다.

일각에서는 거꾸로 이런 ‘학습효과’를 들어 바이든 대통령을 한 번 믿어볼 만하다고 낙관한다. 미 공영방송 NPR은 “첫 행정명령은 바이든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써 기후위기를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학전문매체 네이처는 “바이든의 기후 정책이 차기 행정부에서도 유지될 것이라는, ‘지속 가능성’을 설득하는 것도 필수 과제”라고 조언했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