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노쇠화'를 지적한 이재웅 전 쏘카 대표에게 "능력이나 자질은 뒷전에 두고 나이만을 문제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20일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75세 외무장관이 왜 서러운가'라는 제목 아래 올린 글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씨가 최근 정부 개각에 대해 "갈수록 다양성은 후퇴하고 노쇠화는 가속된다"고 비판했다고 한다"며 "70세 국무총리(정세균), 70세 대통령비서실장(유영민)에 이어 75세 외교부장관(정의용)을 임명한 데 대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75세 장관이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기에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을까"라면서 "솔직히 말해 나도 70을 넘었지만, 육체적 능력은 젊을 때만 못하더라도 정신적 능력만은 아직도 자신이 있다"고 적었다. 이 교수는 1949년생으로 여전히 경제학 전공 교과서로 스테디셀러인 '경제학원론' '미시경제학' 등을 꾸준히 개정해 출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장관으로서의 능력이나 자질은 뒷전에 밀어놓고 나이만을 문제삼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면서 "더군다나 요즈음 같은 100세 시대에 75세로 장관직을 맡는다고 그걸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74세 때 대통령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과 79세로 미국 대통령에 오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을 거론하며 "더 많은 나이로 대통령이란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흥미로운 건 보수 언론이 그의 발언을 기사화해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하는 걸 꼬집은 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사화하고 남는다고 생각했겠지만, 이 사람 저 사람 말이 안 되는 소리 하는 걸 신나서 기사화해 주니 요즘 우리 사회에 온갖 헛소리,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덧글에도 "나이 들었어도 진취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젊었는데도 고루해 빠진 사람이 있다"며 "즉 모든 게 요즘 젊은이가 많이 쓰는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며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인선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몰아가니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웅 전 대표는 정세균 총리, 유영민 실장과 정의용 장관 외에도 최근 개각에서 "여성 장관 2명이 '86세대' 남성 장관으로 교체(됐다)"라고 지적했고, 서울시장 후보들에 대해서는 "여야 할 것 없이 2011년 보선 때 당선된 박원순 시장의 당시 나이보다도 많아진 오세훈 전 시장을 포함한 50대 후반~60대 초반의 인물들이 재대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오랜 경험이나 쌓아온 지식 혹은 나이가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라며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미래를 저보다도 나이 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제 부모님 세대 사람들에게 맡긴다는 생각을 하니 더 서럽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968년생으로 '86세대'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