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출범했습니다. 미국이 다시 존경할 만한 리더십을 가진 나라로 복귀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바이든 정부 첫 내각의 구성을 보면서 그런 기대감은 조금 더 커집니다. 선임된 장관 15명 가운데 5명, 부통령을 포함하면 16명 가운데 6명이 여성입니다. 이들을 포함한 장관급 고위직 전체 26명을 기준으로 하면 12명이 여성, 13명이 유색인종, 40대 이하가 6명입니다. 미국의 인적 다양성을 내각에 반영하겠다는 바이든의 약속이 실현된 셈입니다. 38세의 동성애자 교통부장관, 원주민 여성 내무장관등의 파격도 보입니다.
사실 고위관료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는 그 어떤 나라도 캐나다를 능가하기 어렵습니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취임할 3때 남녀 장관을 같은 수로 맞추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반반에 집착하냐는 질문에 대해 "지금은 2015년입니다"이라고 답하던 그의 멋진 모습도 잊히지 않습니다. 몇 차례 개각을 거친 최근의 상황을 검색해보니 총리를 제외한 장관의 성비는 여전히 18대 18 입니다. 인종-종교-지역적 다양성도 아주 멋지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위직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성과에 도움이 될까요? 저는 정치학자가 아니어서 내각 다양성의 효과를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다양성과 기업의 재무적 성과 사이에 약한 긍정적인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학자들은 이를 두고 다양성이 기업 재무 성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이사회 구성이 다양할 만큼 개방적인 기업이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는 지표들도 많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다양성과 혁신 성과입니다. 다양성이 높은 (경험이나 경력 다양성이 특히 중요합니다) 경영진이 이끄는 기업일수록 혁신 성과가 좋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개각이 있었습니다. 이번 정부는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 구성"을 공약으로 당선되었고, 첫 내각에서 여성 장관의 비율이 30%에 가까워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18개 부처 가운데 여성 장관은 고작 3명입니다. 성별뿐 아니라 다른 특성에서도 아주 퇴행적입니다. 장관의 평균 연령은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높고, 정치인 출신이 반에 달하는 등 경력 동질성도 과도하게 높습니다. 대개의 장관이 남자-정치인-60~70대라는 특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각료뿐이 아닙니다. 중요하다는 정부회의에 가면, 바로 이 남자-60~70대-정치인(가끔씩 관료 혹은 교수)들이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모여 있는 아주 지루한 풍경을 보게 됩니다. 이들이 십대의, 여성의, 미래의, 육체노동자의, 육아의 문제를 다 잘 풀어낼 수 있다고 진짜로 믿는 것일까요?
경험과 경륜이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의사 결정을 한다는 신화는 과거의 것입니다. 세상의 빠른 변화를 얼마나 잘 수용하는가, 학습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가 하는 것이 리더의 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은 이제 상식에 가깝습니다. 서로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부딪히고 학습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고는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트뤼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이 장관 인선을 하면서 다양성에 집착한 이유가 바로 이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