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격노' 하루만에... 홍남기, 재반격 "재정, 화수분 아니다"

입력
2021.01.22 10:51
홍 부총리 "채무 증가 속도 경계할 필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과도한 예산이 투입돼선 안 된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근 "재정 지출에 소극적"이라며 기재부를 강하게 질타한 정세균 총리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모양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재정이 국가적 위기시 최후의 보루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상황, 재원여건도 고려해야 할 중요한 정책 변수 중 하나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한다"고 썼다.

홍 부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020년 당초 예산 편성시 39.8%로 '40% 논쟁'이 제기되곤 했는데 코로나 위기 대응 과정에서 43.9%로 올랐고, 올해는 47.3%, 내년은 50%를 넘을 전망"이라며 "2024년에는 59% 전후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채무 절대규모 수준보다는 국가채무 증가속도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채무의 증가속도를 지켜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채무비율 상승 속도를 문제 삼으며 과도한 재정 지출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다만 홍 부총리는 정 총리가 지시한 자영업자 손실보상 제도화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짚어볼 것이 많아 이에 대해 기재부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며 "영업제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위한 가장 합리적인 제도화 방안이 무엇인지 부처 간, 당정 간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지혜를 모으겠다"고 했다.

다만 "혹여나 입법적 제도화와 관련하여 재정 당국으로서 어려움이 있는 부분, 한계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제도화 작업에는 참여하겠으나, 논의 과정에서 과도한 재정 지출에는 반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관련해서도 "향후 방역상황, 피해상황, 경기상황, 재원상황 등을 종합 고려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지급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국제금융기구나 연구기관 분석대로 선별지급이 더 효율적이고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