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쇼핑백의 용도를 바꿔놨다. 물건을 담아 들고 다니던 쇼핑백은 이제 '입는 옷'이 됐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쇼핑백을 옷으로 만들어 입는 일명 ‘쇼핑백 패션’이 유행이다. 전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쇼핑백 패션(#shoppingbagfashion), 자가 격리 패션 도전(#quarantinefashionchallenge) 등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수만건에 달한다. 지난해 집에 있던 베개나 이불을 활용해 옷을 만들어 입었던 ‘베개 패션’에 이어 쇼핑백이 새로운 패션 아이템이 됐다.
미국의 대학생 애리엘 시드니(22)는 최근 가구업체 이케아의 쇼핑백으로 만든 파란 미니 드레스를 자신의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친구와 이케아에 갔다가 재미삼아 쇼핑백으로 옷을 만들 수 있는지 내기를 하기로 해서 도전했다”라며 “코로나로 집에 있으면서 처음에는 재미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케아 패션’이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미국 대형할인점 타깃, 트레이더조, 월마트의 쇼핑백으로 만든 점프수트(상의와 하의가 붙어 있는 옷)와 재킷, 드레스를 잇따라 선보였다.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로 가방이나 마스크, 모자 등도 만들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에 입었던 옷들은 모두 어디선가 샀던 옷들이었다”라며 “앞으로는 옷을 만들어서 입을 계획이고, 그게 나의 특성을 잘 보여주면서도, 환경에도 이로울 것 같다”고 했다.
심지어 쓰레기봉투 패션도 등장했다. 검은색 비닐로 된 쓰레기봉투를 직접 디자인해 화려한 드레스로 탈바꿈했다. 프랑스의 한 패션모델은 검은색 쓰레기봉투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린 뒤 “팬데믹 시대, 이렇게 옷을 만드는 것은 쓰레기봉투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 패션잡지 보그는 ‘쇼핑백 패션’에 대해 “가장 흔치 않은 직물을 현대 기성복으로 바꿨다”라며 “요즘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제품)에 관심이 높은 패션브랜드들이 참고해도 좋을 만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