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임금지연·생산축소’ 연초부터 흔들리는 차업계…“벼랑끝 위기 넘길까”

입력
2021.01.22 15:43
쌍용차, 1~2월 두 달간 임금 일부 지급 지연
르노삼성, 8년 만에 전직원 대상 희망퇴직·임원 40% 감축
한국GM, 반도체 수급 문제로 특근 취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휘청댄 외국계 국산차 업체들이 연초부터 또 다른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이날 노동조합 대의원들과 논의 끝에 1~2월 사이 임금 일부 지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1일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유동성 위기가 가중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법정관리 보류가 종료되는 2월 28일까지 사실상 정상적인 임금 지급은 불가능해졌다.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 악화는 자동차 판매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생산과 판매가 모두 감소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연말에는 현대모비스(헤드램프), LG하우시스(범퍼류), S&T중공업(차축동력전달장치), 보그워너오창(부변속기), 콘티넨탈오토모티브(전장부품) 등 5개 대형 부품업체들이 부품공급을 거부하면서 공장 가동이 5일간 멈추기도 했다. 이후 쌍용차는 부품업체들에 대금을 선지급한다는 조건으로 부품을 조달받으며 공장 가동을 재개한 상태다.

쌍용차 관계자는 “부품대금이 일부 현금으로 지급되고 있고 1월은 완성차업계의 전통적 비수기라 현금흐름이 악화됐다”며 “노조에 이와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영적자를 기록한 르노삼성차는 8년 만에 비상경영 체제인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키로 하고 수익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서바이벌 플랜 주요 내용은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고정비 절감이다. 르노삼성차는 지난 21일부터 2월 26일까지 정규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했다. 또 전체 임원 수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의 임금을 20% 삭감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자는 2월 28일자로 회사를 떠날 예정이다. 사무직의 경우 6~24개월치, 생산·서비스직군의 경우 15~36개월치 급여를 특별 위로금으로 지급받는다. 자녀 학자금으로 자녀 1인당 1,000만 원, 신종 단체 상해(의료비) 보험, 차량 할인 혜택, 장기 근속 휴가비 지원, 전직 지원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르노삼성은 희망퇴직자가 받는 모든 처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1억8,000만원, 최대 2억원에 달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의 구조 개선과 함께 현재의 판매 및 생산량에 대응하는 고정비, 변동비의 축소 등 탄력 운영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GM의 경우엔 차량제어장치(ECU), 인포테인먼트 관련 반도체 등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이번 주말 부평공장 특근을 취소했다. 지난 9~10일, 16~17일에 이어 벌써 이달 들어서 세 번째 가동 중단이다. 한국GM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해 GM 본사와 논의해 대만과 접촉하는 등 다각도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선 확보 노력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은 한국GM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폭스바겐그룹, 도요타,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량을 줄이거나, 신차 출시를 늦추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1∼2개월분 확보했지만, 장기화에 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산차 업체들은 내수에선 큰 성장을 거뒀지만, 수출 급감, 노사 문제 장기화 등으로 경영상황이 악화됐다”며 “올해는 기저효과로 성장이 기대됐지만, 유동성 위기와 부품 수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상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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