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한파와 소한(1월 5일)·대한(1월 20일) 추위를 넘어서며,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입춘(2월 3일)이 불과 열흘 남짓 남았다.
봄이 찾아온다는 것은 부지런한 도시 농부들이 가족을 이끌고 주말마다 땀 흘릴 '텃밭의 계절'이 머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나 올해는 먼저 나서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도시 농부의 꿈을 이루기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외부 활동으로 텃밭 가꾸기가 각광을 받으면서, 이미 텃밭의 몸값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 서울시와 인천시 등 수도권 관공서의 텃밭 분양 부서로 벌써부터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21일 서울시는 올해 경기 남양주시 양평군 광주시 시흥시 고양시 등 15개 농장에의 6,800구획 친환경 텃밭을 운영할 참여자를 다음달 1일부터 선착순 모집한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시가 분양하는 구획수는 작년(6,940구획)보다 다소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계약 농장주들의 사정 등으로 전체 구획수는 감소했다"며 "대신 선호도가 높은 농장의 구획(계좌) 비율이 작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텃밭 한 구획당 크기는 배수로를 포함 16.5㎡(5평)로, 1인당 최대 3구획까지 분양 받을 수 있다. 이론상 식구가 넷인 가족은 12구획(60평)까지 받을 수 있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생각보다 일이 힘들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 네 식구 기준 한 구획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한 구획에 4명씩 들어가 작업하더라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충분히 준수할 수 있는 밀도가 되지만, 서울시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할 계획이다.
텃밭 참여 비용은 구획당 3만~7만원으로 책정됐다. 각 자치구에서 개인의 토지를 빌려 분양하는 텃밭 임대 비용 수준에 비하면 다소 저렴한 편이다. 서울시는 각 구획에 4종의 씨앗과 모종, 웃거름, 영농교재 등을 제공한다.
신청은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분양은 선착순으로 이뤄진다. 다음달 1일 오전 9시부터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 홈페이지(yeyak.seoul.go.kr)에서 신청을 받는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도시농부 사이트(cityfarmer.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텃밭 점검 차 나갔더니 많은 분들이 ‘이 텃밭 아니었으면 이 시국에 어딜 갔겠냐’고 했다”며 “올해도 상당 기간 코로나19 영향을 받는다고 보면 근교 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텃밭 농사 인기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완전 분양됐다.
서울시에서 분양하는 텃밭을 잡지 못했다면 각 자치구에서 마련하는 텃밭도 노려볼 만 하다. 통상 서울시보다 한 달 가량 늦은 3월부터 분양에 나선다. 특히 지난해 지역 주민들의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해 상자텃밭(상자에 흙을 담아 집 안이나 옥상 등에 설치하는 소형 텃밭)을 제공했던 서울시내 각 자치구들은 효과가 있었다고 보아 올해 텃밭 분양을 확대하기로 했다. 동대문구는 오랫동안 방치된 빈집을 헐어 도시텃밭 2곳을 추가로 조성하기로 했고, 강북구도 관내 180호에 달하는 빈집 중 일부를 헐고 구민을 위한 도시텃밭으로 조성한다.
인천 연수구도 텃밭 분양 준비를 위해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분양 공고를 내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수구는 옥련동 송도석산도시텃밭과 송도동 송도행복텃밭, 연수동 연수사랑텃밭 등 3곳의 도시텃밭 652구획을 운영했으며, 분양 경쟁률이 최고 7대 1을 기록했다.
연수구 관계자는 “텃밭이 코로나로 인한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올해는 더 많은 시민들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자텃밭 1,000세트(세트당 5,000원)를 분양한 인천시 농업기술센터는 올해 규모를 2,000세트로 늘릴 계획이다. 센터는 지난해 1,000세트 분양을 단 5분만에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