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안정, 남북 긴장완화? 어리둥절한 외교안보 부처 업무보고

입력
2021.0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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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에 '자화자찬'

새해를 맞아 정부 외교ㆍ안보 부처들이 합동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지난 행보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엄중한 현실에 대한 분석은 결여된 ‘자화자찬’ 일색이어서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색된 남북관계와 교착 상태의 비핵화 대화를 실질적으로 추동할 해법도 눈에 띄지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1일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로부터 그간의 외교ㆍ안보 분야 성과와 당면한 과제 및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서면 대체한 지난해와 달리 대면보고가 진행됐다고 청와대는 강조했다. 외교ㆍ안보 정책 점검의 중요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 남북대화에 새 돌파구를 마련해 평화의 시계가 다시 움직여 나가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각 부처에 당부했다.

대통령도 인정한 ‘난국’인데... 외교부 “한일관계 안정 관리”

이날 외교부는 지난 4년간 외교업무 추진 성과 보고에서 "한미 고위급 소통과 신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주요 고비마다 남북-북미 관계의 선순환과 북미대화를 추동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2년 동안 이렇다 할 대화 재개 동력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최근 상황은 도외시한 셈이다.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는 더욱 현실과 달라 어리둥절하다. 외교부는 "역사문제 대응과 실질 협력을 병행 추진하는 투트랙 접근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보고했다. 강제동원 문제에 최근 위안부 배상 판결까지 더해지며 한일관계가 극도로 민감해진 실제 상황은 애써 무시한 듯한 평가다.

현재 일본은 한국에 대한 자국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강창일 신임 주일 한국대사와의 면담을 보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문 대통령도 지난 18일 신년 회견에서 위안부 배상 판결에 대해 "솔직히 곤혹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난국임을 인정했다. 외교부 내에서조차 "긍정적 톤을 중시하는 새해 업무보고 특징을 감안해도 ‘눈 가리고 아웅’식 평가가 도를 지나쳤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 경색 장기화에도… 통일부 “한반도 긴장 완화”

다른 부처 보고도 비슷하다. 통일부는 4년간 “남북대화와 다방면의 교류 및 협력 재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통해 국민이 평화를 체감할 수 있게 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12일 폐막한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북한이 각종 전략·전술 무기를 과시하며 대남 압박을 늦추지 않은 점도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 간 긴장완화'를 성과로 내세운 통일부는 올해 최우선 과제로 '남북 당국 간 연락채널 복원'을 꼽았다. 남북 간 긴장은 완화됐는데, 가장 기초적인 남북 간 통신은 끊어졌다는 앞뒤가 안 맞는 보고가 이뤄진 셈이다.

국방부 “전작권 전환조건 충족”… 근거는 여론조사?

국방부는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준비 가속화’를 꼽았다. 지난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도 “전작권 전환 조건의 충족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가 담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크 에스퍼 당시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10월 SCM 모두발언에서 “전작권을 한국군 사령관에게 넘기기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조기 전환 관측을 경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역시 지난해 11월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예측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잘라 말했다.

국방부는 여론조사 결과도 인용했다. ‘우리 군이 전작권 전환 능력을 갖춰 나가고 있다’는 응답이 2018년 42.8%에서 지난해 55.6%로 12.8%포인트 상승했다는 것이다. 실제 전작권 전환 준비 수준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여론 추이를 전작권 전환 근거로 가져다 쓴 셈이다.

통일부와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9ㆍ19 군사합의 체결과 이행을 통해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실질적으로 견인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한 대목 또한 대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강유빈 기자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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