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조재범 징역 10년 6개월 중형… 法 "심석희 진술 신빙성"

입력
2021.01.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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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 부인했지만 징역 10년 6월 선고
법원 "죄책 무거운데 용서 구하지 않아"
심석희 "저 같은 피해자 다시 안 나오길"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에게 징역 10년 6월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 조휴옥)는 21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10년 6월을 선고하며,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7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죄책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이를 부인하고 피해자에게 용서 받으려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 구형량은 징역 20년이었다.

재판부는 조씨의 범행과 관련한 유일한 증거인 심 선수의 피해자 진술에 대해 "상당히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사건 초반부 피해 내용과 경위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기억해 표현했다”며 “이는 장기간 성범죄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커서 피해 내용을 더 강력히 기억하는 일반적인 경향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는 범행 일시, 관련 쇼트트랙 대회, 출입국 내역, 호텔 투숙 등을 훈련일지와 별개로 매우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며 “비시즌 등 일부 누락된 부분이 있지만 임의로 선별해 허위로 진술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 선수는 피해자 진술에서 조씨의 오피스텔, 한국체육대학 지도자 라커룸, 대회 기간 중 호텔객실 등 범행 장소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또 장소 내 쇼파, 침대, 가구, 거울, 샤워부스 위치는 물론 이불의 색깔과 바퀴 달린 의자 등을 분명하게 언급해 허위 진술로 볼 여지가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결론이다. 심 선수의 진술에 대해 조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범죄 일시 등을 특정하는 과정에서 훈련 일지를 참조했는데 훈련 기재 허위가 많아 일지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성범죄 사실과 협박 혐의 대부분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어린시절부터 쇼트트랙 강습 받는 과정에서 조씨로부터 폭행과 욕설을 경험해 공포심과 절대적 복종으로 임해 왔다”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피해자에 대한 협박과 폭행이 없었더라도 자유의사를 충분히 억압, 위력에 의한 추행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를 지도한 코치로서 수년간 반항할 수 없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피해자를 상대로 여러 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성적 정체성 및 가치관을 형성해야 할 아동·청소년 시기에 피고인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심 선수는 변호인을 통해 입장문을 내고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어 세상에 진실을 밝혔다"며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 있을 피해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 "향후 유사한 사건이 절대로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앞으로 스케이팅에 집중해 다시 쇼트트랙 선수로서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씨는 심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4년 8월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직전인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 한국체육대학 빙상장, 각종 대회 기간 내 숙소 등 7곳에서 30여 차례 걸쳐 성폭행하거나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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