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불황에도 명품시장이 고공성장중인 가운데 남성들이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포미족'이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행렬에 동참하면서 명품 구매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남성 명품은 3, 4년 전부터 꾸준히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갑, 넥타이 등 비교적 저렴한 잡화에서 의류 등 고가의 품목으로 선호 현상이 확장되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생긴 변화다.
백화점들은 남성 명품관을 키우거나 럭셔리 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하며 남성 고객 확보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6월 서울 압구정 본점 4층에 기존의 남성 정장관을 리뉴얼한 '멘즈 럭셔리관'을 구성하고 '구찌 멘즈', '발렌시아가 멘즈' 등 남성 명품 브랜드를 들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17일 '프라다 워모' 매장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멘즈' 매장과 해외 명품 브랜드 2, 3개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의 멘즈 럭셔리관은 오픈 이후 7~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고, 같은 기간 30, 40대 남성 고객 매출은 106.8%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소비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소비가 확산하면서 포미족들이 더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존에는 부부끼리 남성복 매장을 방문했다면, 최근에는 남성 혼자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는 경우도 늘어 자기주도적인 소비를 하는 경향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명품관에 최고급 남성 복합 편집샵 '지 스트릿 494 옴므'(G.STREET 494 HOMME)를 오픈한 갤러리아백화점도 매출이 늘었다. 편집샵의 지난달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했고, 백화점 전체 남성 명품 매출도 20% 상승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구리점에 편집샵 '스말트'(SMALT)를 열고 구찌, 보테가베네타, 톰브라운 등 50여개 명품 브랜드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잡화뿐 아니라 의류에도 고가의 비용을 지불했다. 지난해 갤러리아백화점에서 남성 럭셔리 수입 의류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 대비 19.7% 신장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복장 자율화 등의 사회적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맞물리면서 집에서도 입고 외출도 가능한 '원마일웨어'(One mile wear)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남성들이 고가 의류로 정장 등 클래식 패션을 소비했다면, 이제는 출근과 일상을 아우르는 캐주얼 패션에도 과감히 비용을 쓰고 있다"며 "남성 전용 명품관이 늘어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남성들의 명품 소비 형태도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