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사에 '중국'은 없었다...시진핑도 축전 뜸들여

입력
2021.01.21 16:30
바이든 취임 일성에서 중국 의도적 무시
관료들 일제히 대중 강경 발언과 대조적
中 "트럼프의 독설 뿌리쳤지만 용기 필요" 
관세 인하 촉구하면서도 "기대 안해" 냉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중국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던 중국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미국과 뚜렷한 관계 개선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취임식에 맞춰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상이 앞다퉈 축전을 보낸 것과 달리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축하메시지 공개에 뜸들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바이든이 중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독설을 뿌리쳤지만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정부 시절 곤두박질친 미중 관계를 수습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묻어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신조대로 전임자의 잔재를 걷어내고 미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미중 관계가 이미 바닥을 찍은 만큼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도 담겨 있다. 전날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국무(토니 블링컨)ㆍ국방(로이드 오스틴)ㆍ재무(재닛 옐런) 장관 지명자들이 일제히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 또한 ‘관행’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상무부 관료를 지낸 허웨이원(何偉文) 중국국제무역학회 중미연구센터 주임은 “그런 거친 언사는 해묵은 각본”이라며 “미국 정치인들은 클린턴 정부 때부터 중국 체제를 바꾸고 싶다는 똑같은 말을 해왔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분위기 전환이다. 중국은 경색된 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 우선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낮추고 지난해 1월 이후 중단된 무역협상 2단계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트럼프 정부 들어 대중 관세로 미국 기업이 수백억 달러의 세금을 물었고, 3,000여개 기업이 관세 문제로 미 정부를 고소했고, 24만5,000여개가 사라졌다며 미국 내 피해를 강조하고 있다. 미 소비자들이 물어야 할 추가 비용도 매년 570억달러(약 62조6,700억원)에 달한다는 게 중국 주장이다. 중국 상무부 부장을 비롯한 무역협상팀도 재편해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반면 미국은 쉽사리 관세를 내리지 않을 심산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도 “역사적이고 기념비적인 성과”라며 대중 관세를 떠벌린 것이 못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당장 중국에게 당근을 줄 생각도 없다. 훠젠궈(霍建國) 중국세계무역기구연구회 부회장은 “미국은 대중 관세를 선제적으로 취소하지 않고 향후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곧 고위급 관료를 미국에 파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의 잘못된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협력과 윈윈이 유일한 선택”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중국도 섣불리 먼저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바이든 정부가 대중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어떠한 희망적인 기대도 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