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김엄지 '겨울장면' 외

입력
2021.01.22 04:30
19면
문학


◇겨울장면

김엄지 지음. 기억을 잃었으나 기억을 잃었는지 조차 모르는 인물 ‘R’의 이야기. 기억과 망각 사이 어느 한 곳에 발붙이지 못한 채 ‘R’은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작가는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자신만의 스타일을 굳건히 해왔다.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서사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이어온 작가는 본인 특유의 산문체로 건조하고 단조롭게 서술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작가의 예리한 현실 감각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작가정신·176쪽·1만2,000원



◇뻐꾸기, 날다

고광률 지음. 감춰져 있는 현실의 속내를 집요하게 파헤친 정치스릴러. 차량 전복사고를 당한 아버지 허남두 회장의 죽음에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뒤를 쫓기 시작한 주인공은 본격 진흙탕 속으로 빠져든다. 시종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 작품의 인물들은 남의 손을 빌려 새끼를 기르는 뻐꾸기들의 세계에 발이 묶여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강·556쪽·1만6,800원



◇터키 갬빗

보리스 아쿠닌 지음. 이형숙 옮김. 현대 러시아의 대표작가이자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보리스 아쿠닌’의 대표작.19세기 말 러시아 제국의 변호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진보적인 여성 바랴의 모험을 담은 이야기다. 군부대 안에 숨어 있는 진짜 스파이가 누구인지 추적하는 과정은 수사물로서 뛰어난 완성도를 보인다. 이 책은 3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영화로도 제작될 정도로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자랑한다. 진취적인 여성 인물이 펼치는 이야기는 로맨스적인 긴장도 함께 선사한다. 아작·328쪽·1만4,800원



◇나이트메어 앨리

윌리엄 린지 그레셤 지음. 유소영 옮김. ‘가디언’지가 뽑은 ‘세상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열 권의 소설책’으로 선정되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자신의 차기작으로 선정한 책. 1940년대 카니발 유랑극단 세계에 발을 들인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고, 몰락해가는 과정을 그린 대서사시가 출간 75년 만에 다시 화제에 올랐다 1946년 첫 출간 당시 비평가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이 책은 국내에서 최초로 출간됐다. 작가의 경험이 담긴 자전적 소설이자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도 희망을 놓지 못하는 인간 본성을 그려낸 대작이다. 북로드·391쪽·1만4,800원



어린이


◇할머니네 집

지은 글·그림.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할머니’에 대한 책. 열 살 무렵, 스스로를 돌볼 수 없어 자식의 집에 몸을 맡기려 찾아온 할머니와 어린 손녀가 친해지는 과정을 담아냈다. 손녀는 할머니에게 친근한 말벗이 되고, 사랑과 연민으로 가슴이 아릿해지는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작가는 자신의 첫 작품으로 할머니를 초대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야기꽃·44쪽·1만3,000원



◇물고기가 댕댕댕

유미정 글·그림. 웅진주니어 그램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작가만의 단단한 개성과 함께 절제된 텍스트, 최소한의 색과 형태로 만들어낸 그림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가진다. 작은 물고기 한 마리가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긴 이 책은 심오한 세계를 간결하게 담아냈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걸어가는 각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웅진주니어·64쪽·1만3,000원



◇이상한 붕어빵 아저씨

장세현 글·그림. 겨울이면 곳곳에 나타나는 ‘붕어빵 아저씨’들. 그중에서도 평범한 붕어빵을 파는 아저씨지만 “천원에 세 개, 한 개에 삼백원!”을 외치는 이상한 아저씨를 마주하는 이야기. 저자는 훈훈한 정과 인간애를 전한 그림책 ‘엉터리 집배원’에 이어 이번에는 붕어빵 파는 아저씨로 돌아왔다. 간명한 텍스트와 정감 있는 그림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붕어빵 특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작가정신·48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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