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비밀경호국(SS)에 장녀 이방카 부부 등에 대한 24시간 경호를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대통령이 성인 자녀들을 상대로 현직 수준에 맞먹는 경호를 요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며칠 앞두고 SS 측에 이방카와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및 이들의 세 자녀, 나머지 자녀 가족 등 13명에 대해 향후 6개월간 재임 때와 동일한 수준의 경호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과 마크 메도스 전 백악관 비서실장,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도 같은 기간 경호를 연장하라고 지시했다. WP는 “6개월 의무 경호를 받도록 규정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 연방법은 퇴임 대통령 부부에 한해 종신 경호를 보장하고 있다. 자녀도 경호 대상에 포함될 수는 있지만 16세 이하에만 국한된다. 조건을 충족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자녀는 막내 아들 배런이 유일하다. 때문에 이방카 부부 등에 대한 경호 명령은 ‘월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학생 및 고교생이었던 딸들의 경호를 SS에 요청했으나 단기간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막대한 경호비용 지출로 빈축을 샀던 터라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신문이 입수한 정부 기록을 보면 2017~2019년 트럼프 가족은 SS가 동행한 4,500건 이상의 여행을 다녔고, 혈세 수천만 달러가 투입됐다. SS 경호를 감독하는 국토안보부 등은 경호 연장과 관련해 아직 입장을 내지 않았다.
WP는 “퇴임 대통령이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에게 SS 경호를 명령할 수는 있지만 전례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그의 대가족이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세계 최고의 값비싼 경호를 공짜로 누리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