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 인구수

입력
2021.01.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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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인구'와 '인구수'가 올림말로 나온다. '인구'만으로도 사람 수를 뜻하기 때문에 '인구수'는 동어반복이 있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국어 생활을 할 때 '역전앞'이라는 표현은 '역전'이나 '역 앞'으로 고쳐 쓰는 일이 흔하지만, '인구수'는 굳이 '인구'로 고쳐 쓰는 일이 드물다. 왜 그럴까?

'인구에 회자되었다'라는 문맥의 '인구'(세상 사람들의 입)는, '인구 집중, 인구 감소'와 같은 문맥의 '인구'(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 수)나 '어업 인구, 이농 인구'와 같은 문맥의 '인구'(어떤 일이나 범주에 속하는 사람의 수)와는 사뭇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입'으로 혼동될 소지가 아예 없고 '일정 지역이나 범주에 속하는 사람 수'만을 가리킬 수 있기 때문에, 인구 통계 분야에서는 '인구수'가 '인구'보다 좀 더 적합하게 쓰일 수 있다.

'인구'와 '인구수'처럼 비슷한 말(유의어) 관계인 말로는 '빈도'와 '빈도수'도 있다. '빈도'는 잦기를 뜻해서 '빈도 측정, 고빈도, 저빈도'처럼 쓰인다면 '빈도수'는 '빈도를 표현하는 수치' 자체를 뜻하여 '빈도수 20 이상 30 미만'처럼 쓰인다. "연구팀은 1,190명을 대상으로 음식 36종을 1년 동안 섭취한 빈도를 조사해 세 유형으로 나누고 다시 각각을 빈도수로 다섯 개 그룹으로 구별했다"라는 예문처럼 빈도와 빈도수가 한 문장 안에 조화롭게 쓰이기도 한다.

언어 생태계 속에는 '인구/인구수', '빈도/빈도수'처럼 의미가 겹쳐서 경쟁하면서도 공생하는 동의어인 듯한 유의어들이 존재한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