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식에서 노란 코트 입은 흑인 시인에 쏠린 눈

입력
2021.01.21 11:15
아만다 고먼, 美 취임식서 통합 강조하는 시 낭독
6일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내용 담아 
"노예 후손, 대통령 꿈꾸는 마른 소녀" 자기 소개도
오프라 윈프리가 선물한 반지 등도 언론 관심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 제니퍼 로페즈가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지만, 정작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따로 있다. 미 대통령 취임식에서 최연소 시인으로 초청된 흑인 여성 아만다 고먼(22)이다. 미 언론들은 그의 축시 내용뿐만 아니라 패션에도 관심을 보이며 호평 일색이다.

이날 미 NBC뉴스는 "아만다 고먼이 취임식 날 쇼를 훔쳤다"며 "그의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The Hill We Climb)'으로 미국을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미 CNN방송은 "청년 시인 고먼이 착용한 주얼리는 강력한 의미를 지닌다"며 고먼의 패션도 조명했다.

고먼이 이날 취임식에서 공개한 5분여의 축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은 미국의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날이 밝으면 우린 스스로에게 묻는다"며 "이 끝나지 않는 그늘에서 빛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라고 낭독했다.

그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 의한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연시킬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를 파괴할 수 있는 세력을 보았다"고 읊었다. 이어 "그리고 이 노력은 거의 성공했다"면서 "그러나 민주주의는 지연될 수 있어도 결코 영구히 패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고먼은 자신을 "노예의 후손으로 미혼모 손에 자란, 대통령을 꿈꾸는 마른 흑인 소녀"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자 각계 인사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고먼의 시를 "강하고 통렬한 표현들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힘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먼을 향해 "당신이 다음에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미 흑인 정치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스테이시 에이브람스는 "고먼의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고 극찬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자신의 트위터에 취임식에서 고먼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고먼의 시가 단지 멋있기만 하다고?"라며 "고먼이 2036년 대통령 출마를 약속했는데 나는 기다릴 수 없다"고 재치있게 트윗했다.


오프라 윈프리가 선물한 액세서리도 눈길 끌어

고먼의 패션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CNN은 "그가 자신의 시 '우리가 오르는 언덕'을 낭독할 때 취임식 참석자와 TV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며 "특히 그가 착용한 주얼리는 TV 화면에서 작지만 개인적 감성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고먼이 취임식에서 선택한 의상은 프라다의 노란색 더블코트와 프라다의 빨간 새틴 머리띠다. 그는 패션지 보그와 인터뷰에서 "내가 선택한 코트가 취임식에서 연설을 부탁한 질 바이든 영부인에게 고개를 끄덕이게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착용한 링귀걸이와 새장 모양의 반지는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가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윈프리는 고먼의 팬임을 자처하며 뉴욕 소재 브랜드 '오브 레어 오리진(아프리카계 미국인 시인 고 마야 안젤루에 대한 찬사)'의 새장 모양 반지와 그리스 디자이너가 제작한 링귀걸이를 선물했다.

윈프리는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읊은 시인 안젤루에게도 샤넬 코트와 장갑을 선물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식에 섰던 흑인 여성 시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윈프리는 자신의 트위터에도 "다른 젊은 여성이 부상하는 게 이토록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다"며 "마야 안젤루와 제가 응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태어난 고먼은 어릴 적 바이든 대통령처럼 말을 더듬는 언어장애가 있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전국 청소년 시인상을 수상하는 등 활약하고 있다.

또한 지난달 취임식에서 축시 낭송을 요청받았을 때는 "머리를 뒤로 젖히며 비명을 질렀다"면서 "흥분, 기쁨, 명예, 겸손을 느낌과 동시에 공포를 맛봤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