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일색 개각으로 국정 쇄신할 수 있겠나

입력
2021.01.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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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외교부·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새로 지명했다. 지난해 말 단행된 개각까지 합치면 이번이 세 번째로 총리를 뺀 국무위원 18명 중 9명의 장관을 교체한 것이다. 특히 친문 성향 정치인들이 전진 배치돼 임기 말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무게를 둔 모양새지만 여성 장관 비율이 크게 떨어졌고 인적 쇄신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에 중소벤처기업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각각 지명된 더불어민주당의 권칠승·황희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을 역임했고 당내 친문계 ‘부엉이 모임’ 소속이다. 앞서 임명된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자 부엉이 모임 멤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통상 집권 말기에는 당사자들의 고사로 새로운 인사를 발탁하기 어려운 형편이라 하더라도 친문 의원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나눠먹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특히 황희 장관 후보자는 문화·체육·관광계와는 아무런 인연도 없고 경력도 없어 인사 배경이 의아할 지경이다. 연세대에서 도시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황 후보자는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와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특혜 휴가 의혹을 제기한 당직 사병 실명을 공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문화부를 단순히 정권 홍보 기관으로 여긴 인선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여성 장관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3명으로 줄었다. 내각의 30%를 여성 장관으로 채우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언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청와대는 추가 개각에서 여성 장관을 채우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진영 내 좁은 인재풀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지 않으면 ‘끼리끼리 인사’가 반복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