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들 "부대비용 많이 든다" 항변, 따져보니

입력
2021.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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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에는 있는데, 노동자들 "받아본 적 없다"


파견·용역업체들은 파견 원가나 도급비에서 뗄 수밖에 없는 부대비용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는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일부 용역업체들은 부가가치세, 퇴직적립금, 4대 보험 회사부담금, 경조사 등 복리후생비, 영업배상 보험료, 피복장구비, 교육훈련비 등를 공제하고 나면 회사수익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 항목들이 있는 그대로 지켜졌을 때의 이야기다. 일부 양심적인 파견·용역업체도 있겠지만, 한국일보가 100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하면 그 비율은 극히 미미했다. 유용이 의심이 되는 경우도, 업체들이 비용 사용 내역을 내놓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도시가스 점검원 김효영 (51·여)씨는 말했다. "노조를 만들고 외부 감사가 온 적이 있는데, 장부를 들여다보더니 복지가 좋은데 왜 시위를 하느냐고 묻더라. 받아본 적 없는 복지다. 중간에서 장부로 '장난질'을 친거다."

월급 150만원을 받고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일했던 고려인 3세인 뗀(27·남)씨는 "4대 보험료, 소득세 포함해 한 달에 15만 원을 넘게 가져갔지만, 알고보니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았고, 각종 세금도 전혀 내지 않고 착복하고 있었다"며 "문제를 삼으니 공장에선 바로 나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콜센터 상담원 이경화(50·여)씨는 "건보공단 지사가 콜센터 사무실, 책상, 컴퓨터, 전화 회선 등을 모두 제공한다"며 "업체가 받는 운영비는 도대체 어디에 쓰는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기밀자료’라고 한다"고 했다.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염모(53·여)씨는 "청소하다가 고객의 집 수도꼭지를 고장 냈는데, 회사에서 파손 보험을 들어놨다더니 막상 사고가 나자 20만 원 이하는 알아서 물어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보험을 들어놓은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업체들은 퇴직금을 떼어먹고 세금조차 내지 않으려 위장폐업하는 경우도 잦았다.

결국 노동자들은 월급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금액을 '중간착취'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노동자들은 파견·용역 업체의 전체 수입 자체가 순전히 자신의 노동의 대가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큰 틀에서 볼 때 틀린 말이 아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근무 중인 도급업체 소속 이모(42)씨는 “내가 일한 대가인데 이게 우리한테 안 온다는 거다"며 "물론 사장도 남겨먹긴 해야 하는데, 너무 많이 해먹는다"고 했다.

박성우 노무법인 ‘노동과 인권’ 대표노무사는 "도급이라는 제도는 일정한 상품의 납품을 계약의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기업활동에서 일정부분 필요한 요소”라며 "하지만 한국은 형식만 물량도급일 뿐 실상은 근로자 파견에 가까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하청업체는 상품을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장사’, 즉 노동력으로 이득을 취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대가를 중간에 착취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희 기자
남보라 기자
전혼잎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