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날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는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민감한 정보를 공개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국가정보국(DNI) 국장으로 지명된 애브릴 헤인스는 이날 미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다룬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DNI는 미국 내 정보 기관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청문회에서 헤인스 지명자는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한 정보들을 기밀에서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의결한 국방수권법에 담긴 조항을 근거로 카슈끄지 암살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겠느냐'는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의 질문에 그는 "법에 따라 반드시 제출하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대표적인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으로 꼽히던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사우디 정보원들에게 붙잡힌 뒤 살해 당했다. 지난해 9월 사우디 법원이 그를 죽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8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고, 살해 동기나 경위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서다.
그러나 당시 유력한 사건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 있기는 했다. 빈살만 왕세자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확보한 증거 자료를 토대로 "빈살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고, 현지 조사를 마친 유엔 특별보고관도 성명을 통해 "사우디 정부가 살해를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카슈끄지 사건 관련 기밀 공개는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미국과 사우디 간 관계에 분명한 악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결정을 두고 사실상 미국이 빈살만 왕세자에게 공식적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해석했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무기 판매 중단 선언을 통해 사우디에 대한 압박을 예고한 상태다. 인권 탄압 관련 문책 성격인 이번 조치는 추가 제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아그네스 칼라마드 유엔 특별조사관은 가디언에 "카슈끄지 사건의 퍼즐을 풀 수 있는 핵심 조각이 제공될 것"이라며 정보 공개 조치를 환영했다. 그는 "미국 정보 기관이 빈살만 왕세자의 공작원들에 관한 내부 정보가 더 있다면 그것 역시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