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것이 라이브 커머스다. 라이브 커머스는 개인과 기업 등 이 인터넷에서 영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일종의 모바일 홈쇼핑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판매가 늘면서 개인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앞다퉈 라이브 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신세계, 아모레 롯데하이마트, AK 등 대기업들이 제공하는 라이브 커머스를 보면 화면 한쪽에 공통으로 보이는 글자가 있다. 바로 그립이다. 이 표시는 신생기업(스타트업) 그립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으로 방송한다는 뜻이다. 라이브 커머스의 대표 기업으로 떠오른 그립의 김한나 대표는 이를 ‘그립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부른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다달이 돈을 내고 그립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기업만 20개 이상이다. 김 대표는 “기업마다 겉에 보이는 화면은 다르지만 뒤에서 돌아가는 엔진은 모두 그립 서비스”라고 말했다.
반면 그립은 대기업의 다양한 상품을 받아서 판매자들에게 라이브 커머스 상품을 제공한다. 대기업은 그립을 새로운 판매 창구로 활용하고, 그립은 대기업의 믿을 만한 제품들을 다양하게 판매할 수 있어 서로 이익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제일기획과 협업한 갤럭시탭 판매는 방송 20분만에 1억4,000만원 어치를 팔았다. 김 대표는 “홍록기, 백보람, 박성광, 문천식 등 수십 명의 연예인이 그립에서 풀무원, 동원, CJ 등 대기업 제품들을 판매한다”며 “그만큼 거래가 많이 일어나 지난해 거래액이 24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앱을 설치하고 판매자 등록을 한 뒤 그립의 승인을 받으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판매 방송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그립에서 나가는 라이브 커머스 방송이 지난해 12월의 경우 하루 평균 600개에 이른다. 이 중에는 월 5,000만원 이상 판매한 개인도 있다. 그립은 판매가 성사되면 수수료를 받아 매출을 올린다. 김 대표는 “방송이 끝나도 남아있는 동영상을 보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서 “이용자들은 간단하게 원하는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신용카드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으로 결제해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그립은 구세주가 됐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상점을 찾는 발길이 끊겨 월세도 내지 못할 정도였는데 그립 덕분에 재고를 모두 팔았다며 고마워하는 자영업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상품도 각종 공산품에서 신선한 농축산물까지 다양하다. 김 대표는 “방송 장소에 제약이 없다보니 배경에 비행기 소리가 들리는 제주 농장에서 감귤 판매를 하거나 정육점에서 고기를 썰면서 라이브를 하기도 한다”며 “판매자로 등록된 개인과 기업이 합쳐서 8,200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네이버에서 ‘스노우’ 등 영상 서비스를 총괄했던 김 대표는 왜 모바일 영상 콘텐츠로 쇼핑을 할 수 없을까 고심하던 끝에 2018년 퇴사해 그립을 창업했다. 김 대표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사업이어서 빠르게 시작했다”며 “창업 후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경영 관련 교육을 받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개인을 위한 서비스와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기업과 손을 잡는 기업간거래(B2B) 모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는 “이용자들에게 편리함을 주기 위해서라도 대기업과 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올해 협력 기업을 늘리고 해외 시장에 도전해 미국에서 라이브 커머스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