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메신저 정의용 외교 수장 재기용...바이든에도 적중할까

입력
2021.01.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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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는 2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임에 정의용(75) 전 국가안보실장을 낙점했다. 국가안보실 2차장에는 정통 '워싱턴 스쿨' 출신의 김형진 서울특별시 국제안보대사도 새로 임명했다. 청와대와 외교부 대미 라인을 보강한 모양새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반도 외교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인사로 평가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톱다운'식 북미 외교를 주선한 정 후보자가 원칙적 외교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파트너로서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도 또한 제기되고 있다.

정 후보자는 서울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외무고시 5회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과 주제네바국제연합사무처 특명전권대사, 제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외교 자문단 '국민아그레망'의 단장을 맡았던 정 후보자는 당초부터 외교부 장관직을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은 부총리급인 국가안보실장에서 장관으로 '역주행'했지만, 지난해 7월 퇴임한 뒤 불과 6개월 만에 본인이 계속 희망했던 직책을 받아 복귀하게 된 셈이다.

백악관 앞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알린 당사자


정 후보자는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 2개월 간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며 한반도 평화 구축 작업의 선봉장 역할을 맡았다. 2018년 3월 대북 특사로 평양을 다녀온 뒤 곧장 백악관으로 날아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두 정상 간 의지를 교차 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백악관 앞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발표한 것도 정 후보자다.

특유의 돌파력도 문 대통령이 그를 다시 불러들인 배경으로 꼽힌다. 현 정부 첫해인 2017년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회의적 움직임을 드러내자, 미국이 이에 크게 반발하며 마찰음이 일었다. 정 후보자가 그 해 6월 극비리에 워싱턴의 허버트 맥매스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냅킨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토론을 벌인 끝에 한미 간 갈등을 진화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권 초반 한미 간 주요 소통 창구였던 '정의용-맥매스터 채널'이 구축된 것도 이때였다.

"우리에겐 한반도 봄날 주역... 바이든 측엔 잘못된 협상 주역일지도"


정 후보자 기용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대한 청와대의 위기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상급 소통을 중시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정통 외교관 그룹인 국무부에 다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 평화 구축 작업을 이어가려는 한국 정부 입장에선 국무부의 카운터파트인 외교부의 대미 라인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그간 쌓인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바이든 행정부에 전수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까지 남·북·미 소통을 주도해온 핵심 플레이어이자 외교부 출신인 정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판단한 배경이다. 북미국장 등을 역임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외교라인과 스킨십을 쌓아둔 김형진 2차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인 것 역시 다분히 바이든 행정부를 의식한 인사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 후보자의 한반도 외교 경험치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대북정책과 얼마만큼 조화를 이룰지는 미지수다. 블링컨 지명자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기존 대북 접근법과 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시기 이뤄진 톱다운(Top-down)식 협상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우리에겐 한반도 봄날의 주역이지만,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잘못된 북미협상을 진행시킨 인물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북 경험이 많은 반면 정작 미국 민주당 측 외교 라인과의 교류 폭이 크지 않은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정 후보자는 외교부 장관 지명 발표 직후 별도 소감문을 통해 "검증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