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모임 약진'과 '여당 의원 출신의 내각 장악'.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개각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우선 친문재인계 핵심 모임인 '부엉이 모임'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명이나 내각에 포진하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각각 지명된 황희, 권칠승 의원이 부엉이 모임 멤버였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모임 좌장 격이었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부엉이 모임 소속이었다. 황희, 권칠승 의원이 임명되면 18개 부처 수장 중 부엉이 모임 출신이 22%에 달하게 된다.
부엉이 모임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 15명이 20대 국회 때 '친목'을 명분으로 만든 모임이다. 민주당 원내대표(홍영표 의원)와 문체부 장관(도종환 의원) 등을 배출하며 권력의 핵심으로 불렸고, 멤버가 40여명까지 늘었다. 2018년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계파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해산했지만, 위세는 여전하다. 지난해 범 친문계 싱크탱크로 출범한 ‘민주주의4.0’가 부엉이 모임의 '확장판'으로 평가받는다. 황희 후보자는 ‘민주주의4.0’의 간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날 인사로 ‘여당 의원 출신 국무위원’은 8명으로 늘었다. 부엉이 모임 출신 4명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민주당 현역 의원 출신이다.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밟고 있는 한정애 환경부 후보자,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낸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까지 더하면 전체 내각의 44%이 여당 출신이다.
문 대통령이 여당·정치인 출신을 국무위원으로 기용한 건 국회 인사청문회 리스크를 줄이고 임기 말 당정청 호흡을 다잡기 위해서다.
'안정성'에 방점을 둔 문 대통령의 선택으로 ‘협치 내각’은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야당 인사 가운데서도 내각에 함께 할 수 있을만한 사람이 있다면 함께하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권 5년차를 맞이하며 단행한 개각에서 '친여, 친문 색채'만 강화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