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입양 전 위탁제'를 제도화하기로 한 가운데, 전문가들이 철저한 검증과 교육, 모니터링 등이 반드시 따라붙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부터 입양 전 위탁제 도입을 위한 입양특례법 개정을 추진한다.
입양 전 위탁은 예비양부모가 법원에 입양허가를 신청하면서 결정이 나기 전에 미리 아이를 가정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예비 양부모들은 데려올 아이와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빨리 형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간 제대로 된 제도가 없어 선뜻 나서진 어려웠다. 입양 전 위탁되는 아이 대부분이 생후 24개월 미만이라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탁 기간은 정식 입양이 아니라는 이유로 예비양부모에게 육아휴직을 쓸 수 없도록 해뒀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체계화된 모니터링, 교육 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입양 전 위탁제는 2017년 이미 도입이 추진된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임시 인도결정 후 입양아동이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입양하지 않는 등 아동 쇼핑을 조장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내면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아동쇼핑'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입양 전 위탁을 결정할 때 실제 양부모로 인정하는 수준의 검증 과정은 물론, 교육과 사후 모니터링 과정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국은 입양 전 10주간 의무양육기간을 두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사회복지사, 심리전문가 등 10여명의 전문가들이 해당 가정 상황과 아이 상태를 면밀히 모니터링한다. 태국도 6개월 이상의 시험위탁 절차를 거치도록 해뒀는데, 이것도 입양위원회를 통해 결연과정과 사례조사를 진행한 뒤 위탁할 수 있게 한다.
정부가 2017년 실시한 '입양 전 위탁 실태조사' 연구용역 결과를 봐도 입양 전 위탁제에 대해 △양부모의 자격과 입양여건 등을 사전에 점검하고 △위탁 기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부모 교육을 강화하며 △입양 전 위탁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해뒀다. 또 만에 하나 위탁 기간 중 아동에게 문제가 발생해 입양이 취소되면 관련 정보를 법원, 입양기관 등과 공유해 해당 양부모가 다른 아이를 입양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 전 위탁은 아동과 예비양부모가 원활하게 애착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준비기간이지 양측이 잘 맞는지를 시험해 안 맞으면 버리는 제도가 아니다"며 "정부가 제도의 취지와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희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도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 중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이들이 많다"며 "아이와 양부모가 애착을 형성해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