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백악관 이사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삿짐 하나는 놔두고 가야 할지 모른다. 바로 애용하는 홈트레이닝 업체 ‘펠로톤’의 실내 자전거다. 백악관 측은 “자전거에 부착된 전자 부품들이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반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19일 펠로톤 자전거에 부착된 태블릿에 사용자끼리 소통 가능한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장돼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자전거가 해킹되면 중앙정보국(CIA)이 가장 원하지 않는 러시아나 중국인들이 백악관 체육관을 엿보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미 대통령이 소유한 전자기기가 백악관의 사이버 보안 규정과 충돌한 건 처음이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 전 자신의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계속 쓰겠다고 고집해 비밀경호국(SS)과 마찰을 빚었다. 그는 재임 당시 집무실에서 ‘아이패드’로 신문을 읽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인과 통화하는 개인 ‘아이폰’이 중국ㆍ러시아에 의해 도청당하고 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정보당국이 진상 조사에 나선 적도 있다.
당사자인 펠로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진 않았다. 다만 펠로톤 홈페이지에 소개된 ‘보안 및 규정 준수’ 내용을 보면 “시스템 보안에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여전히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들어있다.
보안 업계에선 사이버 안전을 위협할 만한 요소들만 제거하면 백악관 반입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는 견해가 많다. 리차드 레짓 전 미 국가안보국(NSA) 부국장은 “자전거에 설치된 카메라와 마이크를 모두 제거하고 사용자의 이름도 매달 바꿀 경우 백악관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스 킬거 미 샌안토니오대 교수는 “펠로톤 자전거에 있는 네트워크 장비를 통해 백악관 다른 곳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취약한 보안 장비를 모두 없애 “지루한 자전거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