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벌었으니 내 놔라? 이익공유 뿔난 IT·플랫폼 기업

입력
2021.01.20 19:10
10면
"5000억 벌어간 넷플릭스에 요구할 수 있나"
해외업체 빠진 '기울어진 운동장' 될 우려도

"코로나19 와중에 QR 체크인이나 마스크 재고량 검색 등 정부가 할 일도 우리가 했는데 이제 와 '많이 벌었으니 돈 내놓으라'고 하니 힘이 빠지죠."

최근 당정의 이익공유제 도입 논의에 첨단 미래산업으로 불리는 정보통신(IT), 플랫폼 업체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제도의 취지와 별개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20일 한 IT업체 관계자는 "창업 초기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을 때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다가 이제야 매출과 이윤이 발생하려 하니 수익을 나누라고 한다면 누가 혁신에 도전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전자상거래·배달 서비스 등 플랫폼 기업은 상황이 더 난감하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매출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이익을 거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배달의 민족은 대부분 음식점주가 거래주문 건수와 관계없이 매달 일정액을 지불하는 정액 요금제다. 쿠팡은 초기 집중 투자로 아직 누적 적자가 4조원에 이른다. 플랫폼 주도권을 장악하려면 이익 대부분을 재투자하기도 벅차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국내에서 이들과 경쟁하는 해외 IT·플랫폼 기업에게는 이익공유제가 적용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에서 5,000억원 넘는 수익을 올렸다는 넷플릭스에 정부가 이익을 공유하라고 할 수 있겠냐"라고 되물었다.

IT·플랫폼 기업들은 정치권의 왜곡된 시선을 우려한다. 자신들을 '국가 비상상황에 단물만 빼먹는 얌체'로 인식할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지난해 4월부터 네이버 스마트주문과 네이버페이 매장결제 수수료를 전액 지원하는 등 이들도 소상공인과 상생에 힘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시장에서 인터넷 기업이 주변 생태계와 어떻게 상생하려 노력했는지를 보고,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그런 활동을 어떻게 장려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