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 대구 칠성 개시장 철폐...정치권도 나섰다

입력
2021.01.20 15:50
민주당 '칠성개시장 업종전환을 위한 TF'  발족
상인 "영업은 개인 자유 권리" 폐쇄 거부
부산 구포, 성남 모란개시장와 함께 국내 3대 개시장
부산 성남은 상인 보상 통해 환경개선 업종 전환


전국 3대 개시장 중 유일하게 명맥을 잇고 있는 대구 칠성시장 개시장 폐쇄에 정치권이 나섰다. 상인들은 "생계가 걸렸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부산과 경기 성남 개시장처럼 업종 전환에 따른 보상이 뒤따를 경우 조기 폐쇄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20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 대구시당은 19일 '칠성개시장 업종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TF)단'을 공식 발족했다. TF단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대진 대구시당위원장이 자문위원으로, 강민구 대구시의회 부의장 등 지방의원 4명이 실무를 맡는 등 총 10명으로 구성됐다.

TF단은 "점차 변화하고 확대되는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따라 국내 3대 개시장 중 유일하게 남은 칠성개시장에 대한 마침표를 찍고 동물권 증진에 앞장서기 위한 취지로 발족했다"고 밝혔다.

이 TF단은 칠성개시장 가게들이 개고기가 아닌 다른 상품이나 업종으로 전업을 하는 방식으로 개시장 철폐를 추진하고 있으나 당장 이에 상응하는 보상 대책이 없어 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칠성개시장에 따르면 1990년대 52개 업소가 성업했으나 지금은 개 도축장과 보신탕 식당 등 17개 관련 점포만 남아있으며 보상없는 폐쇄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칠성시장에서 보신탕 식당을 하고 있는 A씨는 "고객 수요가 있어 물건을 파는 식당을 폐쇄하면 우리는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며 "개식용 반대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생계 위협에 밤잠을 못 이룬다"고 반발했다.

김영기 칠성시장상인연합회장은 "상인들의 영업은 기본권이고, 자유로운 상업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며 "업종 전환에 따른 보상을 통해 순리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권영진 대구시장에 칠성개시장 폐쇄 협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고, 상인들을 대상으로 설득한 결과 고령인 1개 점포 점주가 폐쇄 의사를 밝혔다.

칠성개시장 업종전환을 위한 태스크포스 단장을 맡은 임미연 민주당 대구시당 동물보호특별위원장은 "대구시와 북구청의 칠성개시장 정비를 위한 TF팀과 칠성개시장 상인단체, 칠성시장총상인회, 동물보호단체 등과 함께 개시장 상인들의 업종전환을 위한 방안 마련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국내 대표 개시장이었던 부산 구포시장은 건물을 지어주고 입주 때까지 19개 업소당 매월 300만원의 폐업 보상금을 주는 방식으로 2019년 7월 폐쇄했다. 이곳에는 현재 과일과 토스트, 신발가게 등이 성업 중이다.

또 전국 최대가축시장으로 한 해 8만마리의 식용견이 거래되던 성남 모란개시장은 2016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상인들과 환경개선 업종 전환 협약을 맺으면서 명맥이 끊겼다.

이에따라 동물보호단체들은 해마다 복날이면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일대에서 '개시장·개식용 철폐'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마지막 남은 개시장 철폐를 위해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부산과 성남 모두 지자체가 문제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고 말했다.

한편 개를 식용으로 판매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30일 환경부장관 후보자인 한정애 의원이 대표발의, 오는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심의할 예정이다.

대구= 김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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