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윤 총장은 ‘검찰개혁’을 더디게 만든 주범으로 여권에서 낙인 찍히고, 지난해 내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했다. 그런데도 "윤 총장은 문 정부의 사람"이라 못박은 것이다.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거들었다. 노 전 비서실장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총장이) 총장직을 그만두고도 정치를 안 할 거라 예상하시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의 행보를 자신있게 전망하면서도 노 전 실장은 그 이유를 대진 않았다. “그냥 희망사항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고 나름의 근거가 있음을 시사했을 뿐이다.
그간 윤 총장에 대해 말을 아껴왔던 청와대가 연초 내놓은 평가를 두고 그 의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불과 연말까지만 해도 여권이 ‘윤석열 찍어내기’에 열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두관 의원 등 당내 강경파는 "윤석열 탄핵"을 강력히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은 찍어내기는커녕, 외려 ‘윤석열 끌어안기’에 가까웠다.
①추ㆍ윤 갈등, 이제 마무리 짓고= 이를 두고 청와대가 추ㆍ윤 갈등을 완전히 마무리하기 위한 쐐기를 박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지난해 12월 8~10일 조사에서 취임 후 최저처인 38%까지 떨어졌는데,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추ㆍ윤 갈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추 장관 사퇴로 갈등 상황이 새해 수습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완벽히 종지부를 찍기 위한 의도로 내놓은 계산된 발언이란 얘기다.
②야권과 가까워지지 않게 막아두고= 야권 대선 주자로서 몸값이 부쩍 높아진 윤 총장을 여권에 묶어두려는 전략이란 시각도 있다. 여론조사업체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6~17일 전국에서 1,0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가상대결에서 45.1%를 얻으며 42.1%를 기록한 이 지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윤 총장이 정말 야권 후보로 대선에 나설 경우 여권에 큰 위협이 될 수도 있다.
③검찰개혁에 ‘함께’ 힘써달라는 주문= 그러나 윤 총장과 여권 간 감정의 골이 이미 깊어질대로 깊어진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퇴임까지는 ‘더 이상의 마찰이 없기 바란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윤 총장에게 보낸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낙연 대표도 이날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윤 총장의 자세에 대한 주문으로 본다”고 했다. 검찰개혁이란 대의를 실현하는 데 윤 총장도 함께 노력해달라는 뜻이 담겨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