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입양 취소' 발언 수습하느라 쩔쩔 맨 복지부

입력
2021.01.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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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로 생후 16개월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 관련 정부가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의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인력과 교육시간을 두배로 늘리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가해자와 분리된 피해아동이 머물 쉼터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동시에 입양 전 5~6개월 간 예비 양부모와 아동이 함께 생활하도록 의무화하는 '입양 전 위탁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정인이 사건은 입양 문제가 아니라 아동학대 문제이며, 전날 신년 기자회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입양 취소·입양아 교체' 발언이 대단히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 지 하루만에 나온 대책이어서 대통령 실언을 부처가 뒤집어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 발언 하루 만에... 복지부 "입양 전 위탁 법제화"

보건복지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정인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그간 전문가들이 지적해온 △아동학대 초기 대응 강화 △아동학대 대응 인력 확충 △분리보호 제도 안착 △아동학대 관련 인식 개선 등의 내용이 망라됐다.

하지만 관심은 입양 제도 개선안에 쏠렸다. 문 대통령이 전날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꾸는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언급한데다, 비판이 커지자 "사전위탁보호제도 법제화를 의미한 것"이라고 해명해서다.

이 때문에 이날 복지부 발표에서 '입양특례법 개정을 통한 입양 전 위탁제의 법제화' 부분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입양 전 위탁제는 가정법원이 입양을 최종 허가하기 전에 입양을 신청한 예비양부모 가정에서 입양아가 생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는 법적 근거 없이 양부모 동의 하에 관례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득영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설명에 설명을 거듭했다. 고 실장은 "입양 전 위탁을 검토하는 것은 아이의 관점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것"이라 밝혔다. 양부모가 아니라 아동 관점에서 부모를 검증하는 과정임을 강조함으로써 전날 대통령 발언이 잘못 전달됐음을 에둘러 설명한 것이다.


정부 "입양 취소나 교체, 이론상으로만 가능"

복지부는 또 문 대통령 발언과 달리 입양 취소나 교체가 현실화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고 실장은 "입양부모가 적합하지 않다면 입양허가 신청을 철회하거나 다른 입양부모를 찾아주는 것도 이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는 매우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사례도 들었다. 고 실장은 "지난해 사전위탁 과정에서 2건의 입양 철회가 있었는데, 부모님이 암 판정을 받거나 파산해 입양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사례였다"라며 "아주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고는 철회하는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아동학대 대책을 내놓으며 입양 제도 개선안을 포함시킨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 발언을 수습하려다 아동학대라는 본질이 가려졌다는 비판이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 전 위탁은 입양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아동학대와 무관한 제도인데 왜 자꾸 입양 문제가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학대피해 영아 위해 '가정보호 사업' 신설키로

이번 대책의 주안점은 아동학대 담당 인력들의 전문성 강화 대책이다. 새로 배치되는 전담공무원은 의무교육이 160시간으로 기존보다 2배 증가했고, 현장에서의 판단 역량 등을 키우기 위해 40시간의 보수교육도 새로 추가했다. 분리 보호 아동의 양육상황을 점검하는 지자체 아동보호 전담전담 요원도 올해 190명, 내년 191명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즉각 분리제도'가 오는 3월 시행됨에 따라 학대 피해 아동쉼터 기존 계획된 15곳에 추가로 14곳을 연내에 더 설치하기로 했다. 즉각분리제도는 연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있을 때 한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안이 심각할 경우 한번의 신고만으로도 분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학대 피해를 본 0∼2세 이하 영아들은 전문교육을 받은 보호 가정에서 돌보도록 하고 보호 가정 200여 곳을 확보키로 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