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최근 주나이지리아 대사를 교체했다. 대사관 직원 채용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모 전 대사의 비위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였다. 2019년 대사관 시설관리 직원 선발 과정에서 공개 채용 절차를 중단시키고 지인이 추천한 A씨 신상 정보를 담당 직원에게 건넨 뒤 인사위원회도 열지 않고 채용했다는 것이다. 이 전 대사는 “사실이 아니다”며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외교부는 중앙징계위 회부를 인사혁신처에 요청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 지난주 언론 보도 내용이다. 비위 공직자에 대한 정상적 처리 절차로 보인다. 하지만 흠결이 있다. 외교부가 경찰이 아닌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시키는 실수를 한 것이다. 외교부가 이 전 대사에게 적용한 ‘위계(位階)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올해부터 시행 중인 개정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 범죄가 아니다. 대사는 4급 이상 공무원이라 검찰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만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한 범죄는 죄명으로 세세히 구분돼 있다.
□ 가령 이 전 대사가 직권을 남용해 부하 직원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가 있어 외교부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면 이는 검찰에 고발하는 것이 맞다.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2조의 3호) 외교부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검찰에 고발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수사기관의 수사와 판단 여하에 달린 차후의 일일뿐, 검경 어느 쪽에 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맡길지는 고발장 내용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다고 한다.
□ 전국 검찰청 민원실에서 고소ᆞ고발장을 접수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민원인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세부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부랴부랴 취급 대상 범죄 예시문을 게시했지만 시민들이 법조문을 일일이 찾아 외울 순 없는 노릇이다. 외교부 같은 정부 부처도 무심코 검찰에 고발장을 낼 만큼 검찰 고발의 관성은 여전히 강하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민원 현장의 불편과 혼선을 예측하고 대비하지 않은 검경의 무신경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