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아끼다’와 ‘아깝다’는 어떻게 달라요?” 많은 외국인 학습자들이 하는 질문이다. 언제 아까운 기분이 드는가? 아끼는 물건이나 돈, 시간 등을 잃어버렸을 때 드는 섭섭한 느낌이 ‘아깝다’이다. ‘아끼다’와 ‘아깝다’처럼 어떤 행위와 감정이 이어지는 말의 쌍이 더 있다. 볼 낯이 없거나 떳떳하지 못할 때 쓰는 ‘부끄럽다’는 ‘부끄리다’에서 온 말이다. 믿음성이 있는 상대에게 쓰는 ‘미덥다’, 무서워하는 대상에 불안해하는 ‘두렵다’도 행위에서 파생된 감정을 드러내는 말이다. ‘아끼고, 부끄리고, 믿고, 두려워하고’와 ‘아깝고, 부끄럽고, 미덥고, 두렵고’라는 말들의 관계는 놀라울 정도다.
이처럼 뜻밖의 것, 신기한 일을 봐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놀라다’와, 놀랄 만큼 감동을 받는 ‘놀랍다’도 그러한 쌍이다. 그리움에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그립다’, 마음에 들지 않고 거슬리는 ‘밉다’도 비슷한 계통의 쌍으로 되어 있다. ‘놀라다, 그리다, 믜다(옛말)’는 말에 ‘ㅂ’ 하나를 더해서 놀랍고, 그립고, 미운 감정을 그려냈다니 참 놀랍다.
우리말은 어색한 조합으로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스터디해서 스마트하게 리포트해 봐’처럼, 소리 나는 대로 가져온 영어 단어에 토씨만 붙인 말이 넘치는 현실이다. 굳이 유명 패션 잡지를 지목하지 않아도, 공공 정책의 이름과 공적 행사의 이름에서 이런 예가 익숙한 것이 더 부끄럽다. 이것은 언중에게 매력적인 말이 아니라, 자연석을 시멘트로 이어 붙인 것처럼 아픈 말일 뿐이다. 살뜰히 아끼면서 살펴보면 ‘놀라다’와 ‘놀랍다’에도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