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에 백신 몰리자... WHO "도덕적 실패 직전"

입력
2021.01.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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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평가단 보고서 "中 대응 늦었다" 비판

부유한 나라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재기 행렬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도덕적 실패 직전”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코로나19 백신이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는 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종식은 불가능하다는 경고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열린 제148회 WHO 이사회에서 “부유한 49개국이 백신 3,900만회분을 접종하는 동안 빈국에서는 단 한 국가가 고작 25회분을 접종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 제약사와 맺은 공급 계약 차이도 크다. 부국들은 지난해 44건, 올해 들어서는 최소 12건의 백신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부자 나라 규제 당국의 승인을 우선시하면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는 납품이 지연되고 시장도 혼란스러워졌다”고 비난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WHO가 주도하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 기구다.

WHO는 불공정한 백신 배분이 결국 감염병 극복만 늦출 것으로 내다봤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부자 나라의 젊고 건강한 성인이 가난한 국가의 보건 종사자나 노인보다 먼저 백신을 맞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이런 행태는 유행병을 연장시킬 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도 2023년까지 세계 인구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는 어렵다고 추산했다.

WHO는 그간의 친(親)중국 행보를 의식한 듯, 중국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팬데믹 대처 과정을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전문가 집단인 IPPR은 이날 발표한 2차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발생 초기 WHO와 중국은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처음 보고됐는데도 WHO가 이듬해 1월 22일에서야 긴급위원회를 소집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조사 결과 회의를 뒤늦게 연 합당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국제적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 선포를 주저하다 같은 달 30일에야 비상사태를 결정한 것 역시 오판 사례로 꼽혔다. 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나온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도 당국이 1월에 보다 강력한 공공보건 조치를 적용했어야 한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IPPR은 WHO 194개 회원국이 지난해 5월 WHO와 각국의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독립적인 조사를 할 것을 결의한 데 따라 출범했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