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주부 마화영씨는 최근 집안에 자신만의 ‘미니 카페’를 마련했다. 베란다를 확장하면서 철거하지 못한 내력벽 뒤편 폭 1m안팎의 공간에 선반을 설치하고, 미니 오븐과 커피머신을 올렸다. 그 위에 선반을 달아 수집한 빈티지 커피잔 등을 진열했다. 마씨는 “요즘에는 카페를 못 가니까 집에 나만의 카페가 있었으면 해서 자투리 공간을 꾸며봤다”라며 “아끼는 커피잔과 소품을 올려서 보기만 해도 힐링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 집이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일과 학습, 취미와 놀이 등 급격하게 늘어난 용도를 얼마만큼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승패를 좌우한다. 단, 조건은 제한된 집의 크기. 그렇다면 관전 포인트는 ‘자투리 공간’이다. 기존에 놓쳤던 공간을 얼마나 잘 살리고, 얼마나 참신하게 쓰는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박성희 한샘 공간 디자이너는 “집안 자투리 공간을 잘만 활용해도 생활의 질이 높아진다”며 “가족 구성원이 어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부터 파악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고 했다.
잘 안 쓰는 공간부터 없애야 쓸모 있는 공간이 생기는 법이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다면 거실은 북카페처럼, 영화를 보는 시간이 길어졌다면 서재 대신 영화관으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 서울의 20평대 빌라에 아내와 둘이 사는 직장인 양모(32)씨는 최근 거실에 6인용 테이블을 들였다. 맞벌이인 둘이 함께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주방도 바꿨다. 평소 외식이 잦아 사용하지 않던 주방에는 식기세척기와 커피머신을 넣을 수납장을 새로 짰다. 양씨는 “예전에는 화분이나 소품 등으로 집을 예쁘게 꾸미는 데 치중했다면 요즘에는 일하고, 식사하기 편하게 실용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인테리어업체 ‘아파트멘터리’의 윤소연 대표는 “과감하게 거실에 TV를 치우면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마음껏 쓸 수 있다”라며 “테이블이나 큰 책장을 두고 카페처럼 만들거나 확장한 베란다 공간 등을 이용해 취미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탁기와 냉장고 등 주방 전자기기 옆 틈새공간도 그냥 지나치면 안 된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방은 단박에 영화관으로도 바뀐다. 주부 마화영씨는 냉장고 위 틈새공간에 빔 프로젝터를 올려 주방 빈 벽에 영상을 쏜다. 마씨는 “영화관도 못 가고 아이들도 집에 오래 있으니 밥 먹으면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려고 자투리 공간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용도를 바꾸는 것으로 부족하다면 공간을 잘게 쪼개보는 것도 좋다. 거실과 주방의 경계에 병원 입원실에서 사용하는 커튼 레일을 달아 활용도를 높인 마화영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거실에서 아이들이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때 커튼을 쳐서 분리를 하면 집중도도 올라가고 집안일에 방해도 덜 받는다”라며 “계절에 맞게 커튼을 달면 인테리어 효과도 있다”고 했다.
요즘엔 아이들 방에 낮은 높이의 가벽을 만들어 학습공간과 수면공간을 분리하는 경우도 많다. 비교적 넓은 부부의 침실도 붙박이장이나 가구를 활용하면 한구석에 방해 받지 않은 조용한 미니 서재를 마련할 수 있다. 윤소연 대표는 “‘여기는 밥 먹는 곳’, ‘여기는 누구의 방’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면 공간을 좀 더 잘 쓸 수 있다”라며 “낮은 가벽이나 커튼, 가구 등으로 경계만 정해줘도 삶의 질이 확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관이나 복도의 자투리 공간은 제2의 위생공간이 될 수 있다. 현관 신발장 중간에 공간을 만들어 마스크, 손 소독제 등을 보관하는 수납장으로 활용하고, 복도가 딸린 현관이라면 에어드레서, 의류 장비 등을 두는 수납장을 설치하기도 한다. 박성희 디자이너는 “예전에는 중문이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에 불과했다면 요즘에는 문을 달아 집에 들어오기 전에 먼지를 걸러주는 외부와 내부의 중간 공간으로 꾸미는 추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