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한 마디에 이낙연 울고, 이재명 웃었다

입력
2021.01.1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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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린 18일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 2인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명박ㆍ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사면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혀 당내 입지가 위축될 상황에 놓였다. 반면 경기도에서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앞두고 민주당에서 견제를 받았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문 대통령이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낙연 리더십 타격… 사면에 강하게 선 그은 文대통령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사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며 “선고가 끝나자마자 사면을 말하는 건 비록 사면이 대통령 권한이지만,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반대 명분도 확실하게 거론했다. 1년 4개월 남은 문 대통령의 ‘임기 내 사면’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이 대표가 승부수로 꺼낸 사면 필요성에 반대하면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기자회견 직전까지 당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사면에 선을 긋되, 향후 여지를 남겨두는 식으로 이 대표의 ‘체면’을 세워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 대표 주변에서도 사면론에 대한 당내 반발에 대해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주목해 달라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날 사면론에 문 대통령이 선을 그으면서 지지율 하락세에 있는 이 대표도 대선 레이스에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됐다. 친문재인계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친문계 내부에서 ‘이낙연 이탈’ 기류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친문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대표를 향해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취지의 글까지 올라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광주를 찾아 국립 5ㆍ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도 일부 시민들은 ‘사면 완전 철회하라’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의 또 다른 승부수인 ‘이익공유제’에 대해선 적극 화답했다. 그는 “코로나 속에서 오히려 기업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버는 승자도 있다”며 “그런 기업들이 출연해 기금을 만들어 코로나로 고통 받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도울 수 있다면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저의 제안으로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익공유제가 바람직하자도 평가하셨다"며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매력적 인센티브를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文대통령 ‘재난지원금 긍정’ 발언에 한숨 돌린 이재명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웃은 쪽은 이재명 지사다. 경기도는 최근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을 주는 ‘2차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민주당과 정부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은 국면에서 보편 지원금을 지급하면 방역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정부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지역 차원에서 보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기자회견 직후 이 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경기도의 노력을 이해해주시고 수용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박준석 기자
장채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