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달리 자체 판단으로 다중이용시설 영업제한 시간을 조정했다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방역주체인 정부와 지자체가 엇박자를 보일 경우 방역지침에 반발하고 있는 일부 교회와 생활체육시설, 유흥업소 등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대구시와 경주시에 따르면 양 지자체는 당초 이날 0시부터 유흥시설 5종과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밤 11시까지 영업을 허용키로 했다 정부 추가지침에 따라 밤 9시로 재조정했다.
대구시는 중앙재난대책본부 회의 최종 결정 이후인 17일 오전 10시쯤 대구시 총괄방역대책단 회의를 거쳐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금지 시간을 정부안(오후 9시)보다 완화한 오후 11시 이후로 정하는 조정안을 발표했다.
또 유흥시설 5종(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헌팅포차) 중 개인간 접촉과 비말전파 우려가 큰 클럽 나이트 형태의 유흥주점과 콜라텍 등을 제외한 유흥시설에 대해 춤추기 금지 등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집합금지를 해제하고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허용했다.
하지만 중대본 회의에서 대구와 경주만 밤 11시까지 시설 운영을 할 경우 인근 지역에서 사람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중대본은 이들 지자체에 정부 방침을 따르도록 추가지침을 내렸고, 대구시와 경주시는 정부 방침대로 밤 9시로 재조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자체 조치에 잘못이 있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지자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7일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구시가 발표했던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은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장이 조정 가능하다는 정부 절차와 지침을 충실히 따라 결정했고, 인접 지자체인 경북도와 협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중앙재난대책본부 실무자가 대구시에 대해 주의니 유감이니 하는 납득할 수 없는 표현으로 마치 대구시가 엇박자를 낸 것처럼 발표한 것에 심히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도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구 수성못 인근 한 구이집은 "최근 밤 8시만 넘으면 더 손님을 받지 못하던 차에 밤 11시까지 영업할 수 있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하루도 못 가서 불발에 그치게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광주에서 유흥시설을 운영하는 업주(54)는 "집합금지 및 제한 업종의 영업 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다 보니 매출이 줄어든 음식점과 주점 등은 말 그대로 죽을 맛"이라며 "카페 등 일부 업종은 집합금지 및 제한을 완화해주면서 왜 우리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지자체가 정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대구 달서구에서 샐러드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35)씨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밤 9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아쉽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조기종식을 위해서는 방역방침이 통일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대구 한 시민은 "민간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반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방역주체인 정부와 지자체가 딴 목소리를 내면 행정명령 불복사태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잘 소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