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에도 제공되는 기밀정보 브리핑… "트럼프는 제외시켜야!"

입력
2021.01.18 11:30
美하원 정보위원장 "믿을 만한 인물 아니다"
前정보관료 제안에 백악관도 "권고 들어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밀 정보 브리핑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응당 해야 할 일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젠 그가 관심을 가질까 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퇴임 뒤에도 기밀 정보를 제공하는 전 대통령 예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외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민주당)은 17일(현지시간)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물론 퇴임 이후에도 기밀 정보 브리핑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고 미래에도 분명 아니라고 본다”고 시프 위원장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득 정보를 함부로 다루거나 악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를 정치화하는 모습을 목도했다”며 “국가에는 이것이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시프 위원장뿐 아니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 앵거스 킹 상원의원도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기밀 정보 브리핑 제공과 관련해 “그렇게 해서 좋은 점도, 그럴 이유도 없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중단 조치를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심코 혹은 일부러 기밀을 노출해 정보원과 수집 방법에 타격을 줄 위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밀 정보 접근은 후임 대통령의 승인으로 이뤄지는 전임 대통령 예우 중 하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이 ‘특전’이 논란거리로 불거졌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수석 부국장을 지낸 수전 고든이 15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하면서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알 필요 없다, 정보 제공을 끊어라’ 제하 글에서 “30여 년을 정보 기관에서 보낸 전문가로서 나는 20일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브리핑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며 “이렇게 간단한 조치로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가 제기할 수 있는 국가 안보 위험을 경감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대에서는 집무실을 떠나는 즉시 정치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신호를 보내거나 계획을 짠 퇴임 대통령이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뒤 기밀 정보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든 전 국장에 의해 공식화 되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뒤 기밀을 부주의하게 유출하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거래할 가능성이 거론돼 온 건 꽤 오래 전부터다. 전직 대통령이 방첩법으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이에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 대상 기밀 정보 차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날 CNN에 “우리는 분명히 바이든 행정부 정보 전문가들의 권고를 살펴볼 것”이라며 DNI 국장과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신속하게 인준해 달라고 상원에 촉구했다.

권경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