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의 마지막 앨범 ‘렛 잇 비(Let It Be)’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미국 팝계의 전설 필 스펙터가 수감 중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향년 81세.
17일(현지시간) 미 연예매체 TMZ는 스펙터가 수감 중이던 교도소에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스펙터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유족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스펙터는 2003년 여배우 라나 클락슨을 살해한 혐의로 2009년 19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
1939년 뉴욕에서 출생한 스펙터는 고교 졸업 직후 학교 친구들과 밴드 테디 베어스를 결성해 ‘To Know Him Is To Love Him’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려놓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전향해 1960년부터 5년간 25곡을 빌보드 40위 안에 올려놓았다. 여성 그룹 로네츠의 ‘Be My Baby’, 남성 듀오 라이처스 브러더스의 ‘Unchained Melody’가 대표적이다.
스펙터는 ‘월 오브 사운드’라는 음향 편집기법으로 팝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악기가 내는 소리를 반복해서 녹음한 뒤 쌓아 올려 사운드를 화려하고 풍성하게 하는 방식이다. '월 오브 사운드'는 비치 보이스와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 당대 최고의 음악가들은 물론 이후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콕토 트윈스 등 1980~1990년대 드림팝, 슈게이징 장르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된 건 1970년 발표된 비틀스의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 'Let It Be'의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존 레넌의 솔로 곡 ‘Instant Karma’를 프로듀스하면서 비틀스와 인연을 맺은 스펙터는 녹음 후 방치 상태였던 ‘Let It Be’를 매만져 크게 히트하는 데 기여했다.
간결한 로큰롤 앨범을 만들겠다는 폴 매카트니의 희망과 달리 스펙터는 레넌과 조지 해리슨의 지지를 등에 업고 비틀스의 연주 위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덧붙이는 등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음악을 편집했다. 매카트니는 이에 반발해 발매를 막으려 하기도 했다.
매카트니의 비난에도 스펙터는 존 레넌과 조지 해리슨의 솔로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면서 명성을 이어나갔다. 레넌의 솔로 대표작인 ‘Plastic Ono Band’ ‘Imagine’도 스펙터가 레넌과 함께 프로듀스한 앨범이다
1980년대 이후 작품 활동이 드물었던 스펙터는 2003년 캘리포니아 자택에서 발생한 여배우 클락슨 사망 사건으로 체포되며 다시 화제에 올랐다. 그는 클락슨이 우발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2009년 2급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9년형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