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문 대통령, 스가와 만남 원해… 관계 개선 의지 강력”

입력
2021.01.17 18:00
신임 주일 대사 기자간담회
위안부 문제 ‘제3국 조정’ 언급도

강창일 신임 주일 한국대사는 현재 한일 관계를 “1965년 국교 수립 이후 최악”으로 진단하며 양국 정부가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진솔하게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도 전했다. 최근 나온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서는 제3국을 통한 중재 방안을 거론했다.

강 대사는 17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관계 정상화와 양국 협력체제 강화를 위해 애써달라는 문 대통령의 당부 말씀이 있었다”며 “대통령의 강력한 관계 개선 의지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강 대사는 지난 14일 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았고, 오는 22일 현지에 부임한다. 2주 자가격리 기간을 마친 뒤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강 대사는 이날 질의응답 중 “문 대통령이 일본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필요하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했다”며 “스가 총리와도 만나서 진솔하게 이야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직접 한일관계를 풀어보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와 전화회담을 한 적은 있지만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다.

강 대사는 한일 간 역사 갈등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다. 그는 “역사 갈등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해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면서 “그간 양국은 다양한 대화를 통해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서로 왜 그러는지를 어느정도 알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 국내 자산매각 명령에 따른 갈등에 대해서도 “법은 법이고 정치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며 “실제 압류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최근 한국 법원의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 내에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강 대사는 “ICJ 제소 말고도 한일 협정문에 문제가 생기면 제3국에 중재를 맡길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개인적 의견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만일 (한국이) 응하게 되면 여기(제3국 중재)에 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 정부는 2019년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 제3국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 절차인 중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을 때 이미 거부한 바 있어 논란이 일 수 있다.

2015년 체결된 12ㆍ28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존중한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 대사는 “합의에 ‘불가역적’, ‘최종적’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핵심은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정부는 2015년 12월 이후 한 번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일본에서 혹자들이 화해ㆍ치유 재단 해산을 가지고 파기라는 주장을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이사장 이하 이사들의 전원 사표로 저절로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사는 사흘 뒤 출범을 앞둔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편을 많이 들었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도 미국의 강한 의지에 따라 졸속으로 이뤄졌는데 우리가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한미일 삼각공조를 중시하기 때문에 한일 간 화해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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