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구 일대에서 이틀 간격으로 길거리에서 내복 차림의 아동이 연달아 발견된 가운데, 두 아동 모두 엄마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정적 시선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보호기관과 단체들은 섣부른 동정론보다는 아동에 대한 책임과 보호인식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일과 10일 강북구 우이동과 수유동에서 각각 5세, 6세 아동이 집 근처 길가에서 내복 차림으로 발견됐다. 두 아동 모두 시민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보호자와 즉시 분리조치 됐다.
우이동에서 발견된 아동은 혼자 집에 있던 중 밖으로 나왔다가 현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20대 엄마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몇 달 전 모자보호시설에서 나와 홀로 생계를 책임져왔다. 이날도 A씨가 지역자활 근로기관에 일하러간 사이 아이가 집밖으로 나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특히 A씨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관할 구청에 전일제 근무를 반일제 근무로 바꿀 수 있는지 문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북구 수유동에서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6세 아동의 엄마 B씨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어, 이웃들은 B씨가 '비정한 엄마'로 비춰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이웃주민은 "혼자 아이를 키우다보면 한계가 있는데, 그런 점은 전혀 고려를 안 하고 나쁘게만 비춰지고 있다. 아이를 미워하는 엄마는 아닌 걸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온정적 시선의 이면엔 현행 제도만으론 한부모 가정이나 양육 취약가정의 돌봄 공백을 완전히 메우긴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깔려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가족부 산하 건강가정지원센터는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에 찾아가 아동을 돌봐주는 아동돌봄서비스·가족 교육·가족 상담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서비스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동정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도적 한계가 아동학대와 방임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순 없다는 지적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한 관계자는 "지원체계가 없거나 혜택에서 소외될 때 적절한 양육이 여의치 않은 가정의 아동들은 언제든지 방임이나 학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보호자는 자녀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녀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면 아동복지 측면에서 학대로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도 "어떠한 이유를 들어도 아동에 대한 학대나 방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모가 자녀를 키우기 어렵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온정적 시선에서 바라볼 경우 부모가 아동학대에 대해 무뎌지고 관대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