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과 '각' 세우는 이재명, 본선 경쟁력으로 '비토' 넘어서나

입력
2021.01.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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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이재명 경기지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초기 주로 이 지사의 공격대상은 보수 야권이었다. '사이다 발언'이라는 여권의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사의 공격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특정 이슈를 두고는 정부는 물론 아군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거리낌이 없다. 최근 각종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상승세를 탄 이 지사가, 대선 본선 경쟁력까지 의식해 선명한 인상을 남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재명, '차별화' 전략 벌써 시작됐나?

이 지사는 연초 문재인 대통령을 제외한 당·정 주요 관계자와 한 차례씩 설전을 주고 받았다. 지난 4일 정부와 국회를 향해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 게 시작이었다. 이에 대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7일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비판하자, 이 지사는 "관료에 포획됐다"는 표현으로 응수했다. 13일 친문재인계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어떤 조치도 방역 태세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이 지사의 보편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을 비판하자, 이 지사는 14일 국회를 찾아 "국민을 존중하면 그런 생각을 하기 좀 어려울 것"이라고 바로 받아쳤다.



이 지사가 아군과의 설전에도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선 전략 차원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특정 이슈에 있어 정부에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중도층에게 이 지사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17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이 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10%대 였다면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 지사는 문 대통령에 반기를 들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선에서 차별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 지사의 행보에 지지율 상승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이길 수 있는 후보로 먼저 평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경쟁력이 우선이다. 이런 측면에서 경쟁자인 이낙연 대표와 비교해 이 지사의 당내 기반도 탄탄해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내 이 지사 지지율은 43%였다. 5개월전인 지난해 8월 한국갤럽 조사 당시 17%였던 지지율이 2배 이상 상승했다. 다만 아직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다. 지난 6일 민주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 "매번 정부정책에 반하는 일만 한다"며 이 지사 출당을 촉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5,000여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게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현재의 당 분위기 속에서 이 지사의 선택은 결국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로 평가 받는 전략으로 좁혀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진보층이야 후보로 결정이 된다면 이 지사를 지지할 것"이라며 "이 지사의 행보는 본선 당선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중도층 외연 확대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변수는 친문의 '이재명 견제론'

다만 이 지사의 전략이 4월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후 본격화할 대선 레이스까지 어이지기 위해서는 친문계의 '이재명 견제론'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민 최고위원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비판이 그런 맥락이다. 특정 이슈에 있어 당정과 차별화에 나선 이 지사를 반대하는 흐름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당 내부에서 친문계 영향력이 아직 건재한 것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배종찬 소장은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친문이나 호남 대망론을 바탕으로 민주당 내에서 제3의 후보가 부각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