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안 한 8세 딸 살해 친모, 휠체어 타고 영장심사 출석

입력
2021.01.17 14:45
"혐의 인정 하느냐"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여덟 살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40대 여성이 왼쪽 발목에 붕대를 감고 휠체어를 탄 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나왔다.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44)씨는 17일 오후 1시 40분쯤 인천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A씨는 영장실질심사장으로 들어가기 전 "혐의를 인정 하느냐?", "아이 아버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나"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A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될 예정이다.

A씨는 지난 8일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 한 주택에서 딸 B(8)양의 호흡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딸의 시신을 일주일간 방치했다가 지난 15일 오후 3시 37분쯤 "딸이 죽었다"고 119에 신고했다. 이후 화장실 바닥에 이불과 옷가지를 모아놓고 불을 지른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B양의 시신은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 출동한 구조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연기를 마셨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그는 전날 퇴원 직후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A씨는 경찰에서 "생활고 때문에 딸을 살해했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사실혼 관계인 B양의 친부와 함께 살다가 6개월 전 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생계 급여 등을 지원 받았다.

A씨와 B양의 친부는 2013년 B양을 출산했으나 A씨가 전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아 출생신고를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전 남편과 사이에 다른 자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양은 출생신고가 안 돼 어린이집은 물론 학교에도 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B양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야 했다.

경찰은 B양의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은 18일 오전 진행될 예정이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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