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기자회견 족보' 훑은 문 대통령, 사면·윤석열 등 '정면 돌파' 할 듯

입력
2021.0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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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18일 진행된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와 같은 '초민감 질문'이 100분 동안 문 대통령 앞에 쏟아진다. 취임 후 처음으로 부동산 문제에 대해 사과하는 등 올 들어 민심과 여론에 적극 반응해온 모습에 비춰볼 때, 원론적 수준의 답변보다는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식으로 국민과 '진짜 소통'을 할 것이란 관측이 청와대 안팎에서 나온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앞둔 주말 동안 별도의 공개 일정을 수행하지 않았다. '예상 질문지'를 바탕으로 막바지 점검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이 어떤 질문을 할 지 문 대통령은 사전에 알 수 없지만, 참모들은 '나올 법한' 질문들을 추려 사전에 보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워낙 현안을 잘 알고 있다. 어떻게 답변하실지에 대한 구상은 마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일종의 '족보'라 할 수 있는 예상 질문지에는 여러 민감한 현안이 담겼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도해 온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어떠한 논의가 오갔나', '윤 총장이 유력한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한 입장은 어떤가'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도입 및 접종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문 대통령의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참모들이 '모범 답안'을 준비하기는 했지만, 문 대통령이 그것을 그대로 읊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전언이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문 대통령은 '준비된 답안'을 그대로 읽는 분이 아니다"며 "이번에도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 내부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더라도 문 대통령이 여러 현안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태도를 취하실 것 같다"는 관측이 비중 있게 흘러 나온다. 청와대의 최근 기조가 '더 많이 소통하자, 국민의 목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자'는 쪽으로 변한 것도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자회견은 취임 후 처음으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 문 대통령과 대면하는 기자는 20명으로 제한한다. 다른 100명의 기자는 인터넷 동시 연결로 문 대통령과 만난다. 이에 청와대는 '랜선 기자회견'이 지장 없이 이뤄지도록 인터넷 접속이 원활하게 되는지, 영상과 음향 상 결함은 없는지 등을 꼼꼼히 챙기느라 청와대는 주말 내내 분주했다. 청와대는 사흘 동안 총 4차례의 리허설을 진행하는데, 기자회견 2시간 전까지 리허설이 예정돼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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