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우리 사회의 집단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 인식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우리 사회의 갈등 수준이 심각하다고 인식했고, 10명 중 6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단간 갈등이 '늘었다'고 봤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이유에 대해선 정부의 '일방적 정책 및 사업 추진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해 17일 내놓은 '2020 한국인의 공공갈등 의식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2.6%에 달했다. 8년간 매년 실시된 공공갈등 의식조사에서 부정적 응답이 반대 의견을 앞지른 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17년에는 '노력하고 있다'는 긍정적 응답이 73.4%로, 앞선 박근혜 정부 4년 평균(36.9%)보다 월등이 높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력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25.6%(2017년)→47.1%(2018년)→48.3%(2019년)→52.6%(2020년)로 높아져, 집권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갈등이 늘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의 일방적 정책 및 사업 추진 때문(44.8%)'이 꼽혔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로 불거진 공정성 시비(인국공 사태)와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및 사업의 개혁 성향 때문에(20.5%)',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반대 세력 때문에(17.5%)' 등이 뒤를 이었다.
갈등이 심각한 집단으로는 '진보와 보수'(85.1%)를 가장 많이 꼽았다. 검찰개혁을 놓고 지속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 갈등이 장기화한 것과 무관치 않은 측면이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2015년 85.2%로 정점을 찍은 후 4년 간 줄곧 낮아지다가, 지난해 79.7%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장은 "노(勞)ㆍ노(勞) 갈등 심각하다는 것은 정책을 둘러싼 집단간 갈등은 점차 증가하지만, 정부의 갈등 조정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성과 여성'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45.9%)도 4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20대(66.9%)와 여성(48.2%) 층에서 부정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컸다.
갈등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국회(90.9%)'를 1순위로 꼽았고, 언론(86.1%)과 중앙정부(83.9%), 법조계(75.5%)가 뒤를 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응답은 75.0%로 지난해(72.9%)에 비해 소폭 늘었다.
집단 갈등이 심각하다는 인식은 89.9%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3년(92.8%) 이후 8년간 큰 변화는 없었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전국의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5일간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2020년 10월 기준 주민등록 인구현황에 따라 성별·연령별·지역별로 비례할당한 뒤 한국리서치 응답자 풀에서 무작위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